인생은 순간이다 - 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김성근 지음 / 다산북스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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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라는 타석에서 평생 지켜온 철학


인생은 순간이다


저: 김성근


출판사: 다산북스


출판일: 2023년 12월1일



야구를 좋아하냐고? 그다지 관심이 없다. 아마도 야구경기를 흥미진진하게 보는 순간이라는 것은 나 같은 사람에게는 한일전 정도가 아닐까 싶다. 야구와 관련해서 가장 관심을 가졌던 것은 다름 아니라 일본 만화가 아다치 미츠루의 청춘 만화 아닐까? 어린 시절에 읽었던 ‘터치’가 아직도 생각이 나니 말이다. 하지만, 나에게 야구는 딱 거기까지였다. 참으로 무심하게도.


그래서 나는 가끔 스포츠 특히 야구에 관한 이야기가 나올 때는 움츠려질 수밖에 없었다. 거래처 팀장님은 LG팬으로 야구를 참 좋아하고, 팀원들과 야구장에 가기도 했단다. 일본 주재원으로 나가셨을 때, 한번 질문한 적이 있다. “일본 야구가 그렇게 재미있다고 하는데. 어떻습니까? 한국보다는 수준이 훨씬 높은가요?” 손사래를 치셨다. 도통 실수를 하지 않으니, 재미가 없다고. 


나같이 야구에 관심이 없는 사람도 김성근 감독의 이름은 들어봤다. ‘야신’이라고 하기도 하는데 싫어하는 사람도 엄청 많다. 문득 궁금해서 인터넷을 찾아봤다. 워낙 유명한 분이니, 이야기도 자세했다. 그에 대해서 자세하게는 모르지만, 재일교포 출신으로 입지전적인 분이라는 말은 어디서 얼핏 듣기는 했다. 갑자기 그의 이야기가 궁금해졌다. 


내가 어렸을 시절부터 그의 이름을 들었으니, 그의 나이도 이제 80세가 넘었다. 텔레비전을 잘 보질 않아서 자세히는 모르지만 ‘최강야구’라는 예능이기도 하고 아닌 것 같기도 한 프로그램에서 감독직을 맡으신단다. 대략, 나이 들어서 은퇴한 야구 레전드도 있고, 이래저래 사정이 있어서 프로를 그만두거나 한 선수 출신들이 모였다. 나는 그가 여기서 감독을 맡고 있는지도 몰랐다. 


어쨌든 이 82세의 노감독이 쓴 에세이를 펼쳤다. 사실 야구라는 것은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추구하는 무엇인가를 대변한다고 본다. 우리 모두가 어쩌면 어느 분야에서는 야구선수와 같을 것이다. 그래서 업계에서도 가끔 영업맨을 ‘김프로’, ‘박프로’하는 식으로 부르시는 분들도 있다. 우리가 대가를 받는다는 점에서 우리 모두는 프로다. 


나는 그가 왜 그렇게 많은 논란의 대상이 되었는지 읽었다. 그를 가리켜서, 낡은 야구를 한다고 힐난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의 야구를 평가할 수 없다. 하지만 이 책을 읽으며, 그가 야구를 대했던 것, 그 방식이 얼마나 진지한지는 느낄 수 있었다. 누구는 고작 스포츠일 뿐이라고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것을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추구할 어느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어떨까?


최근에 읽었던 기시미 이치로의 ‘일과 인생’에서 일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에 대한 저자의 답이 기억났다. 스스로가 가치가 있다고 느끼며 그를 통해서 공동체에 대한 공헌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했다. 문득, 나는 김성근 감독이 가지는 야구에 대한 그의 가치도 이와 다른 바 없다고 생각했다. 그에게 야구는 단순한 일이 아니라 하나의 운명이 아닐까. 


순간, 순간이 가치 있다. 총력을 다해서 성심을 다하여 노력해야 한다. 그러한 과정을 통해 얻은 가치를 나눈다. 순간이 모여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간다. 그렇게 해야만 인간은 성장할 수 있다. 요행 따윈 없다. 누군가와의 비교도 필요 없다. 묵묵히 어제의 나보다 오늘의 내가 더 나아질 수 있도록. 그래서 시선은 늘 앞으로 미래를 향해야 한다는 것이다. 


나는 김성근 감독이 과연 82세인가 싶었다. 그의 마음가짐은 힘이 느껴졌다. 마치 포효하는 것 같단 생각이 들었다. 문득, 나 역시 그의 나이가 되었을 때, 자신 있게 이야기할 수 있을 정도로 내 원칙을 뚝심 있게 밀고 나갈 수 있을까? 나는 비록 야구를 모르지만, 김성근 감독이 자신의 인생에서 야구를 뺄 수 없듯이 우리도 그런 자신의 추구하는 가치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그렇게 그러한 가치를 지키고 더 확장하기 위해서 치열하게 노력하는 인간의 모습은 아름답다. 그것은 시대와 나이를 초월한 것임이 틀림없다. 나 역시 힘을 받는다. 그리고 앞으로 내 인생에서 나도 이러한 힘을 가지고 뚝심 있게 나아가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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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인생
기시미 이치로 지음, 전경아 옮김 / 을유문화사 / 2023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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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과 인생 


저: 기시미 이치로


역: 전경아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17년 2월25일 



일이란 우리 인생에서 어떠한 것인가? 아마도 진지하게 사고하는 법을 잊어버리고 있는 현대인이라고 하더라도 살면서 이러한 질문을 불현듯이 했을 것이다. 나 역시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는 여러 복잡한 일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러한 생각이 들곤 했다. 하지만 대개는 제대로 된 답을 얻지는 못했다. 어느 정도 생각을 하기 시작하면서, 이내 이것이 결국 답이 나오지 않는 어리석은 질문 같단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다. 


대학 시절에 나는 취직이 참으로 힘들다는 역사학 전공을 했다. 사실 그런데 딱히 대학에 입학할 때는 취업이라든지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막연한 생각만 있을 뿐이었다. 어느 전공을 해야만 성공할 수 있다든지 하는 생각 따위는 전혀 없었고, 다만 내가 좋아하는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많았다. 그래서 대학 지원을 할 때도 전부 사학과로만 했었다. 


그러나 군대를 제대하고서 깨달았다. 사회의 일원이 되는 것이 고도성장기와 같이 마냥 쉽지는 않다는 것 말이다. 이미 사회에는 대졸자가 넘쳐났다. 그래서 일을 한다는 것에 대해서 더욱 어떤 갈망이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비로써 내가 스스로 만족할 만한 일을 찾고, 정착했을 때 느꼈을 기쁨과 안도감은 아마도 말이나 글로 잘 설명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생각해보면, 내 인생에서 사회생활은 보람도 느껴졌지만, 마치 내 모든 것이 되어 가는 것 같았다. 사람들과의 관계, 이야기, 관심사 등 모든 것이 일과 연결되는 것 같았다. 물론, 에너지라는 비즈니스 자체가 여러 가지 요인에 의해서 영향을 받으므로 내가 확대해석을 한 것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는 자신의 가치를 일에서만 찾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최근에 읽은 김성근의 ‘인생은 순간이다’에서 이 노감독에게 야구가 더는 일이 아니라 가치 그 자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지금 내가 하는 일이 그러한 가능성이 있다면 더는 나는 고민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아쉽게도 내가 하는 일은 그렇지 못하다는 것을 안다. 그래서 나는 또, 우리의 제2의 인생이라고 할 수 있는 은퇴 후 삶은 어떨까 질문해본다. 


그렇다고 일이 소중하지 않다는 이야기는 아니다. 일은 우리가 사회의 구성원이라는 점을 각인시키며 그로 인한 보상으로 삶을 영위할 수 있게 해준다. 중요한 것은 지금 하는 일, 그리고 그 위치는 영원한 것도 아니며 변할 수 있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나이가 먹어감에 따라서 할 수 있고 해야 할 일들이 변한다. 그러한 변화를 좀 더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다면 상처받을 일도 없을 것이다. 


어쩌면 일을 하는 과정에서 가치 있다고 느끼는 것은 그 과정과 결과로 더욱 넓은 의미의 공동체에 공헌한다는 감정이 아닐까? 그렇게 자신의 기준을 정한다면, 마음은 한결 편안해질 것이고 더욱 안정적인 삶이 가능하지는 않을까 싶다. 세상은 어쩌면 선의로 가득 찬 것이 아닐까 그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을 것이다. 


문득 이 책을 읽으면서, 스스로 반성하는 점도 많았다고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은 동료에 대한 존중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제 선배로서 관리자의 임무를 수행하면서, 나는 문득 같이 일하는 후배에 대해서 동료의식보다는 부하라는 관념에 사로잡혔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사실 그와 내가 다른 점은 조금 일찍 태어나서 회사에 조금 일찍 들어가서 경험이 조금 더 많다는 것뿐인데도 말이다. 


사실 이것이 매우 당연한데도, 나 역시 기성세대로 선입견과 편견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이다. 기시미 이치로의 이 에세이를 읽으며 나는 많은 사유와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내 인생에서의 일의 의미에 대해서, 그리고 앞으로의 미래에 대해서도 숙고할 수밖에 없었다. 일독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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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 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김현철 지음 / 김영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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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은 어떻게 사람을 살리는가


경제학이 필요한 순간


저: 김현철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3년 9월20일 



아마도 자본주의 경제체제가 우리 삶의 기본적인 틀을 제공한다는 점에 대해서 누구도 의심하지 않을 것이다. 20세기 초에 시작되었던 거대한 실험은 결국 실패했는데, 나는 사람에 대한 믿음이 사실상 배신당한 것으로 생각했다. 정치적 문제를 떠나서, 그 시작이 사람에 대한 연민으로 시작되었다고 믿으므로 여전히 그 사상은 오늘날에도 많은 시사점을 준다고 말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돌이키기는 어려울 것이다.


사람의 탐욕을 전제로 하는 체제 속에서도 우리는 약자를 외면하지 않으며, 그들의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 그래서 여러 복지제도가 도입되고, 적어도 기초적인 생활이 위협받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비록 전체적인 사회의 부를 줄일지언정, 우리는 그러한 노력과 관심을 외면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이 책을 쓴 사람, 김현철은 홍콩대 경제학과 및 정책학과 교수로 일하고 있다. 흥미롭게도 그는 한국에서 의대를 졸업했고 의사로 활동했었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가 경제학으로 자신의 길을 다시 걷게 된 계기는 바로 우리가 잊지 말아야 할 것, 그것 즉 사람에 관한 관심이었다. 그리고 그 관심은 사회적 약자를 위한 공공정책과 경제학으로 이어졌다. 


경제학에 대해서 생각해보면, 일단 흥미를 느낄 수 없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 책은 여러 사회적 문제를 경제학적 시점에서 풀어내며 전혀 어렵지 않다.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공감하기도 했다. 내가 사회생활을 하면서 느꼈던 여러 이슈를 다시 돌이켜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이기도 했으니 말이다. 그것은 능력주의, 교육, 실직, 인생의 황혼 등 다양한 것이었다. 


이전에 읽었던 책 중에서 기억이 나는 것은 마이클 센델 교수의 ‘공정하다는 착각(The Tyranny of Merit)’이다. 우리 사회는 과도한 능력주의에 빠져있는데, 그것이 불공정과 불평등을 포장하는 이론이 되었다는 것이 문제다. 그 가치가 심화함에 따라 학력은 더욱 첨예한 기준이 되었다. 그러나 사실 업계의 사람들과 이야기를 하다 보면, ‘운칠기삼(運七氣三)’이 아니라 ‘운칠복삼(運七氣福)’이라는 이야기를 할 정도로 운이 더 중요하다고 말한다. 


여러 실증된 사회적 데이터는 잘사는 집 아이들이 가난한 집 아이들보다 공부를 더 잘하고 좋은 대학을 졸업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말하자면 ‘개천에서 용난다’는 이미 불가능한 일에 가깝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잘 사는 집 부모들이 과연 그들이 말한 것과 같이 다른 사람보다 훨씬 능력이 뛰어난 것일까? 


오늘날 부모가 자녀들의 교육에 큰 투자를 하는 것은 현명한 전략임이 증명되었다. 여러 사회적 분석은 고졸과 대졸의 평생 임금 차를 추적함으로써, 교육 투자가 부모가 물려줄 수 있는 가장 큰 자산이라는 것이 보인 것이다. 그러나,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어떠한 일이 일어났는가? 학교는 감염 전파 차단을 위한 명목으로 폐쇄되었다. 


문제는 공공교육이 사실상 몇 년간 마비되면서, 학생들의 학력차가 매우 심해졌다는 것이다. 부자 세대와 가난한 세대는 교육 투자에 있어서 매우 큰 차이를 가질 수밖에 없으며, 그에 따라 당연히 학력차도 심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조사도 중간층에 해당하는 학생들이 대폭 감소함으로써 이러한 예측이 사실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출산율은 세계 최하로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생산인구의 지속적인 감소는 경제의 축소와 불황을 의미한다. 출산율을 올리기 위한 다양한 정책이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젊은 세대는 더는 혼인과 출산을 하지 않는다. 여러 가지 다양한 정책 제안이 계속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민청 설립을 통한 외국인 노동력 유입을 추진하기도 하고, 외국인 가사 도우미를 통해서 일과 가정의 양립을 추구하기도 한다. 


외국인 가사 도우미 도입에 대한 찬반은 치열하기는 하지만, 나도 이 책의 저자와 같이 이 정책을 지지하고 있다. 한국과 같이 생산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상황에서 무턱대고 외국인 노동자 혹은 이민자의 숫자를 늘리는 것은 유럽과 같은 사회적 갈등을 촉발한 가능성이 크다, 비록 노동력 유입에 따라 경제는 유지되더라도 엄청난 수의 이민자들은 한국 사회의 구성원이 되기보다는 유리될 가능성이 크다. 


출산의 회피는 육아와 교육에 대한 부담이 크다. 은퇴한 조부모 세대는 맞벌이를 하는 부모 세대를 위해서 황혼 육아에 나설 것이다. 그러나 그러한 황혼 육아는 급속도로 조부모 세대의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한다. 하지만 만약 부모 세대 중 한 명이 일을 그만두고 예를 들어서 어머니가 전업주부가 된다면 이는 생산인구의 감소와 경력 단절을 의미할 것이다. 


따라서, 가사 도우미의 도입은 이러한 측면에서 본다면 나는 도입에 찬성한다. 다만, 이것이 부유층만이 아니라 중산층까지도 현실적으로 고려할 수 있는 수준의 비용이 되어야만 한다. 또한, 취약계층도 이러한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 국가의 지원이 필요할 것이다. 물론, 이 제도를 도입하기 위해서 협의가 필요하겠으나, 이른 시일에 실질적인 진전이 있기를 기대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평소 생각했던 사회적 문제에 대해서 다시 한번 생각할 기회가 된 것이다.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책이기 때문에 어렵지는 않다. 어려운 용어와 이론을 동원하지 않더라도, 충분히 우리 사회의 문제점을 극복할 방안에 대해서 생각할 수 있다. 그가 마지막에 이야기한 것처럼 ‘좋은 공동체에는 불행을 극복하는 힘이 있다’고 한 것처럼, 우리도 사회적 문제에 보다 더 관심을 가지고 이를 극복할 수 있는 지혜를 모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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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 세계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알려주는 시간에 대한 10가지 이야기
콜린 스튜어트 지음, 김노경 옮김, 지웅배 감수 / 미래의창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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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 


세계적인 과학 커뮤니케이터가 알려주는 시간에 대한 10가지 이야기 


저: 콜린 스튜어트(Colin Stuart)


역: 김노경


감수: 지웅배


출판사: 미래의창


출판일: 2023년 12월13일 



물리학을 대할 때마다 인간이라는 존재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무한한 시간과 광막한 공간에 대해서 경외감을 느끼고는 한다. 근대에 들어서면서, 고전역학은 아인슈타인에 의해서 새로운 경지로 들어섰다. 시공간이라는 개념이 들어서고, 물리학자들은 그 본질에 관해서 탐구하기 시작했다. 그것은 나 같은 일반인은 전혀 생각하지도 못하는 주제였을 것이다. 


놀라운 이론적 발견과 끊임없는 검증을 통해서 밝혀진 우주의 신비는 아주 일부에 불과하다.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는 여전히 시공간을 분리해서 생각하지 않는다. 시간과 공간은 서로 분리되어 있다고 생각하며, 그렇다고 하더라도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어떠한 불편함도 느끼지 못한다. 그것은 인간이 살아가는 물리적 세계의 한계를 증명하는 것이 아닐까?


지적 호기심에 충만한 사람이라면, 아마도 이 책의 내용이 무척이나 쉽고 일반 대중을 대상으로 쓴 책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렇지만,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 물리학적 기본 지식은 요구된다. 열역학 법칙,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 블랙홀, 양자역학 등은 물리학과 관련된 텍스트를 읽을 때, 기본적으로 요구되는 것들이다. 하지만 쉬워 보여도 어렵다. 


열역학 법칙을 보자. 아마도 책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제러미 리프킨의 ‘엔트로피(Entropy : A New World View)가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리프킨은 무한성장을 기반으로 한 자본주의 세계관에 대해서 이 유명한 열역학 법칙을 빗대 그 한계를 설파했을 뿐만 아니라 새로운 세계관의 정립을 주장하기도 했다. (관심이 있다면 한번 읽어보길 추천한다.)


우리가 시간에 관해서 관심을 가지는 것은 우리의 삶이 유한하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인생의 과거와 미래를 가보고 싶은 것은 영생할 수 없는 인간의 호기심과 바램을 최대한 자극한 결과가 아닐까 싶다. 그렇지만 생각해보면, 왜 시간은 미래로만 나아가는가? 그것은 앞서 이야기한 엔트로피 법칙과 연관된다. 우주의 에너지가 평행상태, 즉 유용한 에너지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 상태를 향해간다. 즉, 엔트로피가 낮은 상태로는 거의 되돌아가는 것이 어렵다. 


하지만 미래를 여행하는 것은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렇지만 알아둘 것은 그것이 편도 여행이라는 사실이다. 만약 우리가 빛의 속도에 가깝게 여행할 수 있다면, 상대성 이론에 따라 속도가 빛만큼 빠르면 시간은 느리게 간다. 그래서 상대성 이론을 설명한 만화 같은 것을 보면, 쌍둥이를 등장시키고 우주여행을 다녀온 한 명보다 지구에 남은 한 명의 시간이 휠씬 빨리 지나가는 것을 보여주지 않던가?


실제로도 이러한 시간 지연을 겪는 사람이 있다. 예를 들면 우주 정거장에서 장기 체류한 우주인이 그 예가 될 것이다. 물론 문제는 그 시간 지연이라는 것이 우리가 인지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하지 않다는 것뿐이다. 하지만, 이러한 시간 지연은 오늘날 우리가 유용하게 사용하는 GPS를 가능하게 만든다. 


크리스토퍼 놀란의 영화, 인터스텔라(Interstellar)를 보면서 나는 광대한 우주 이미지에 압도되었다. 아마도 내가 죽을 때까지 직접 보지 못할 거대한 광경이다. 블랙홀의 압도적인 중력과 시간 지연. 블랙홀의 그 끝은 과연 무엇일까? 시공간이 거대한 힘에 의해서 왜곡된 그곳에서 과연 시간은 멈출 것인가? 


이 얇은 책을 통해서 깊은 내용까지야 알 수는 없다. 하지만, 물리학에 관한 관심을 가졌다면 시간에 대한 우리의 호기심을 일으킬만한 이야기는 전부 다 포함되어 있다고 생각해볼 수 있겠다. 한 번쯤 읽어봐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아마도 또 다른 책을 읽고 싶어지게 만들 수도 있을 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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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다른 모습이 아니라 이런 모습일까?
김범준 지음 / 바다출판사 / 2023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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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은 왜 다른 모습이 아니라 이런 모습일까?

(The Birth of Constants) 

저: 김범준 

출판사: 바다출판사

출판일: 2023년 12월26일 


성균관대학교 물리학과 교수인 김범준이 일반인을 대상으로 쓴 책이다. 바로 전에 읽었던 콜린 스튜어트(Colin Stuart)가 시간이라는 주제를 통해서 10가지 이야기를 흥미롭게 들려주었다. 책을 펼치면서, 이 물리학 교수는 어떤 이야기를 전달하고자 했을까 무척이나 궁금했다. 사실 콜린 스튜어트의 ‘시간여행을 위한 최소한의 물리학’에서 처음 다뤘던 주제가 이 책에 나오는 이야기와 연결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콜린 스튜어트는 1장 ‘지구는 형편없는 시계다’에서 1초의 기준을 어떻게 정했는지 재미있게 서술하고 있다. 1956년 과학자들은 지구 공전이 자전보다 안정적이라는 이유로 1초를 하루가 아닌 1년을 기준으로 재정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1967년 이들은 지구를 아예 시계로 사용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이들은 세슘을 기반으로 한 원자시계를 채택했다. 이 원자시계는 몇 억년이 지나서야 1초 정도의 오차가 있다. 

우리가 관행적으로 쓰고 있는 단위에 대해서 정확한 정의를 내리고자 한 과학자들의 노력을 엿볼 수 있다. 이러한 단위의 기준은 사실 역사적 예를 보자면, 중국에 통일제국이 들어설 때마다 도량형을 통일하고자 하는 노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과학적 지식이 늘어나는 가운데, 우리는 단위 기준이 상황에 따라 변하지 않고 일정하도록 합의를 이끌고자 노력했다. 그렇게 나온 여러 단위의 기준은 매우 흥미롭다.

이 책을 쓴 김범준은 그러한 단위의 역사를 짚어가면서 흥미로운 물리학의 이야기를 함께 전달하고 있다. 빛의 속도는 299 792 458 m/s이고, 거리 1 m는 빛이 진공에서 정확히 1/299 792 458 s 동안 진행한 거리로 정의되었다. 마찬가지로 시간의 단위에 대한 합의도 서술된다. 콜린 스튜어트와 같이 1967년 양자역학을 바탕으로 세슘 원자에서 양자역학 현상으로 방출되는 전자기파의 진동수를 이용한 것이다. 

온도의 표준단위를 정하는 것도 중요했다. 화씨온도, 섭씨온도, 절대온도로 이어지는 온도단위가 있다. 세계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섭씨온도를 사용하지만 미국에서는 화씨온도가 사용된다. 그런데 2019년 온도의 표준 단위와 관련된 의미 있는 일이 생겼다. 볼츠만 상수가 기본 상수의 하나로 값이 고정되면서 온도 단위의 보편성이 생겼다. 

김범준은 국제 단위계의 기본단위인 질량 kg, 길이 m, 시간 s, 전류 a, 온도 K, 물질량 mol, 광도 cd의 기준이 협의되고 합의된 과정 그리고 그 의미에 대해서 흥미롭게 서술한다. 그래서 그의 책의 영문 부제는 ‘The Brith of Constants’ 즉, 상수의 탄생이라고 정한 것 같다. 책을 직접 읽어본다면 흥미로운 이야기를 계속 접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러한 합의가 이뤄진 과정에서 많은 물리학자의 노력과 과정을 함께 볼 수 있을 것이다. 물리학적 연구 성과가 축적되면서 우리는 우주를 설명할 수 있는 다양한 상수를 발견했다. 볼츠만 상수, 플랑크 상수 그리고 아인슈타인의 우주상수 따위가 그것이다. 그 하나하나를 제대로 이해하기는 사실 일반인은 쉽지 않다. 학생 때에 배웠던 기본적인 물리학 지식도 쇠퇴하니, 전문가들에게는 기초적인 내용이라도 어렵다. 

이 책이 단위의 역사를 다루며, 그것이 사람들의 생각이 모이고 합의에 이루는 장대한 과정임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가치가 있다. 하지만 한가지 아쉬운 것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한 교양서라고 하기에 내게는 다소 어려웠다는 점이다. 그런 점만 뺀다면, 한번쯤 읽어보시길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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