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
강부원 지음 / 믹스커피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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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

20세기 한국사의 가장자리에 우뚝 선 이름들

: 강부원

출판사: 믹스커피 출판일: 2022111

 

역사적으로 큰 족적을 남긴 사람들이 있다. 우리는 흔히 이러한 사람들을 위인이라고 말한다. 이 책을 쓴 강부원 작가가 쓴 다른 책이 그러한 사람들을 다룬 역사에 불꽃처럼 맞선 자들이다. 세상에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 자신을 바친 사람이 있고, 이들의 정신은 우리 역사에 고스란히 스며들었다. 그리고 우리는 그들이 가고자 하는 진보가 느리지만 서서히 이뤄지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을 그렇게 불타는 혁명가로 만든 것은 자신들이 믿고자 하는 가치에 있다.

 

불 같이 타오르는 느낌으로 첫번째 책을 읽었다면, 이 책은 색다르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앞서 우리가 흔히 이야기를 하는 위인이라는 개념에서의 교양 역사서는 많이 접한다. 그렇지만, ‘역사에 별빛처럼 빛난 자들은 그 주제가 예사롭지 않았다. 그다지 우리가 관심을 기울이지 않았던 스포츠, 건축, 현대무용과 같은 문화예술에서 커다란 흔적을 남긴 사람들을 대상으로 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조용히 생각해보면, 이러한 문화예술의 힘은 우리의 일상에 보다 더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것 같다.

 

그래서 이번에 작가가 선택한 주제가 매우 흥미로웠다. 책에서 소개된 인물 중에는 대중적으로 잘 알려져서 친근한 분도 있었다. 산울림의 김창완, 한대수, 윤복희, 김추자씨는 나도 익히 알고 있어서 친근했다. 대중음악도 우리의 일상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이 책에서 담고 있는 분들의 모습은 상당히 다채로웠다. 우리 불교계의 큰 스승이었던 성철스님부터 바둑의 신 이창호, 한국 프로레슬링의 김일, 야구의 최동원, 우리 문화제를 수집하고 지킨 간송 전형필, 음향 전문가 김벌래.

 

이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알게 된 인물도 많다. 여자 농구계의 전설, 박신자씨, 저고리 시스터즈의 홍청자, 만담가였던 김윤심, 흥남부두에서 9만명이 넘는 피난민을 구한 현봉학까지. 내가 잘 모르고 있었던 다채로운 인물들을 만날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이들의 삶은 하나하나가 매우 흥미로워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읽어 내려갔다. 여기서 처음으로 알게 된 시작장애인을 위한 점자인 훈맹정음을 만든 박두성 선생. 책을 읽은 후에 우연히 KBS2 텔레비전에서 한 게스트가 나와서 훈맹정음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을 우연히 보았다. 앗 이런 우연이.

 

아마도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웠던 이야기는 두 이름으로 살았던 신여성일 것이다. 그녀의 이름은 변동림, 김향안. 천재시인 이상의 아내였으며 우리나라의 회화 대가인 김환기의 아내였던 사람. 적극적으로 자신의 사랑을 찾아 나선 사람, 이전에 한번 그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서 찾아봤던 기억이 났다. 이 책에서 만나니 더욱 반가웠다. 생각해보면, 아마도 보수적인 사회의 분위기도 그런 용기 있는 사람들의 영향이 하나 둘 더해지면서 사회는 보다 더 나아진 것은 아닐까?

 

문화예술의 힘은 조용히 축적되면서 우리의 일상에 영향을 주고, 그것은 다시 우리가 삶은 진보의 길을 가는 것은 아닐까?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흥미로운 책이다.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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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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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2 92

 

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대해서는 주문하기 전까지 아무런 사전지식도 가지지 않았다. 소설의 제목이 얼핏 보면, 최근에 재미있게 시청했던 드라마가 생각났다. 그래서 좀 솔직하게 말한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과 같이 유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런 내 어설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설의 내용 때문이었다.

 

소설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시작된다. 젊은 시절, 빨치산으로 활동했고 위장자수를 했다가 발각되어 옥살이를 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합리적인 유물론자이자 사회주의자이다. 늙어서도 혁명을 가끔 이야기를 하는 이 아버지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빨치산 활동의 낙인은 연좌제로 친척들의 삶까지 고난에 빠지게 했다. 그로 인한 친척 사이의 갈등도 당연하게 보인다.

 

딸인 내게 있어서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6년의 감옥살이 후에 만난 아버지는 수감되기 전의 아버지와 같이 살갑지는 않았다. 주책 맞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완고하게 보인다. 딸에게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 그리고 20대 젊은 시절에 사회주의에 빠져 빨치산이 된 낙인 찍힌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대학시절부터 오래 만난 남자와 결혼하지도 못했다. 좌익경력으로는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딸은 아버지를 증오했을까? 아니다. 증오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삶이 고단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그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것일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이미 실패한 정치적 사상의 잔재와 같은 것은 아닐까? 장례식을 치르며, 그는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인연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버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생각해봤다. 아버지는 단순히 실패한 것뿐인가?

 

공산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그 내용을 본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정치적 구호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노력 혹은 열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그 시대는 그러한 대립이 날카롭게 그리고 폭력적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구호가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실패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변화를 위한 노력은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딸은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자기 자신과 닿아 있음을 느낀다. 그저 실패한 사회주의자, 실패한 빨치산으로단순하게 아버지를 바라보던 시선은 변화한다. 딸은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것은 우리가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음을 말한다. 대립했지만, 그 나름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가는 것들

 

우리의 근현대사는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었는가? 하지만, 이제 우리는 편을 나누어서 싸워서는 안된다. 이제 그 과거를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아마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감각, 과거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아야 된다는 주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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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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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한의 이웃

저: 허지웅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2년 8월22일 


‘필름 2.0’, ‘프리미어’, ‘CQ’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동했던 허지웅 작가가 쓴 산문집이다. 한동안 공중파와 종편에도 자주 패널로 출현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다가 혈액암으로 투명을 하면서 방송을 하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완치했고 이제는 아마도 일상으로 복귀한데 더해서 방송활동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그는 젊고 해야 될 일도 많을 테니 아무쪼록 스트레스로 다시 병에 걸리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마치 그와 매우 친밀할 것 같지만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출간된 그의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적’은 제목이 도발적이라서 한번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사실 안됐다. 게으름에 주문을 미루다가 영영 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반갑게도 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최소한의 이웃’ 그 전에 출간된 책의 내용은 읽지 않아서 내용을 모르겠지만, 약간은 그가 약간 타인에게 날이 선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최소한의 이웃’은 전혀 반대의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지가 3년이 되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인내했다. 일상의 한 부분을 포기했고 참았다. 대부분은 말이다. 그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에 우리 대부분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앞당겼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상의 대부분을 플랫폼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본디 사람은 사회에 속하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필요하다. 그러한 것에서 단절되어 오래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에서 아버지 뻘 되는 노인을 핸드폰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힌 젊은 여자의 이야기, 화를 참지 못해서 공무원을 폭행한 한 사람. 화를 삭히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뉴스로 나온다. 아마도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직접적인 대면의 단절은 사람들을 스트레스 상황에 몰아 두었을 뿐만 아니라 이기심도 키운 것은 아닌지 생각되었다. 이 산문집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나도 일상에서 뉴스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다만, 나는 그것을 구체화하여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무척이나 공감되는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 공감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그도 풀어 놓는다.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생명체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들을 다른 생명체와 구분 짓는 괴상하고 소모적이며 소란스러운 동시에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공감하는 능력일 겁니다” 우리가 코로나로 인하여 얻게 된 이 집단적 신경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아마 그가 말한대로 공감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될 것이다. 


히치콕의 영화 ‘이창’을 본 적은 없지만 보고 싶다. 그가 쓴 글 때문이다. ‘서로에게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끔 우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친숙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가치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어리석은 거니까요.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일 겁니다” 


그의 글을 하나 하나 읽어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물론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그렇지만, 그 대유행 이전조차도 우리는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가며,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혐오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의 감수성,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운 관용이 아닐까? 아마도 아직은 늦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이 그것을 느낀다면 조금이라도 실천해본다면. 


나와 이름이 같은 이 작가의 책. 한번 읽어 보길 조심스럽게 기쁘게 추천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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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 살아남는 자가 강한 자다 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 1
천위안 지음, 이정은 옮김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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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리학이 조조에게 말하다1

살아남는 자가 강한자다

저: 천위안 역: 이정은

출판사: 리드리드출판 출판일: 2022년 11월10일 


삼국지는 중국의 실제역사를 배경으로 했지만,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삼국지는 정확하게는 역사적 사실에 기초하여 다시 새롭게 창작되었다고 하더라도 무리가 없다. 비록 삼국지는 외국작품이기는 하지만, 한국과 일본을 비롯한 동북아시아 국가에서는 하나의 고전으로 사람들에게 교훈과 통찰력을 주었다. 오늘날의 중국은 과거의 역사 속의 중국과는 다르게 봐야만 한다. 번체자와 중국의 문화는 오늘날 서구문명의 라틴어와 그리스, 로마문명과 일맥상통하다고 생각한다. 마찬가지로 삼국지는 그러한 흐름에서 본다면 비단 중국의 유산만은 아닐 것이다. 


삼국지를 세번 이상 읽지 않은 사람과는 인생을 논하지 말라는 유명한 말이 있다. 중고등학교 시절에 나는 월탄 박종화 선생의 삼국지를 읽었고, 이문열 선생의 삼국지는 읽은 적이 없다. 하지만 이야기의 흐름은 유사하면서도 매우 다를 것이다. 말하자면 삼국지는 이를 받아들이는 사람에 따라서 저마다 다르게 해석되었는데, 그 이야기가 워낙 넓고 길고 또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한다는 것에 있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삼국지에서 기존 작품에서 악역으로 등장하는 조조는 여러모로 보았을 때, 오늘날 현대인에게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이 아닐까 싶었다. 


그런데 고전에 속한다고만 생각한 삼국지를 꺼내서, 현대의 학문인 심리학과 접목한 시도를 한 책을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앞서 이야기를 한 것처럼,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수많은 인물 중에서 단연코 가장 매력적인 인물은 조조다. 그는 정의롭지 않지만, 차갑고 명석하며 빠른 의사결정을 한 유능한 인물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애롭지 못하고 인간적 약점을 가지며 잔인한 면모를 지닌 매우 입체적인 인물이었다고 할 수 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인물의 한 면만을 본다. 그러나 그것이 그 사람의 모든 것을 제대로 알려줄 수 있을까? 역사적 배경을 같이 살펴볼 때, 그리고 우리가 인간은 기본적으로 연약한 존재라는 것.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방법은 사람마다 너무나 다르다는 것을 전제로 한다면, 이 인물에 대해서도 전혀 다른 평가를 내릴 수도 있을 것이다. 저자인 천위안이 어떻게 역사적 인물에 대해서 심리학적으로 분석하고 해석했을까 궁금했다. 


저자는 조조의 여러가지 일화를 중심으로 하여 심리학적으로 어떻게 들여야다 봐야 하는지를 계속 제시하고 있다. 그러한 수많은 사례를 통해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역사적 인물이라고 하더라도, 우리 현대인과 크게 차이가 있다고는 말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도 우리가 흔히 겪는 여러가지 심리학적 상태에 놓여있었다. 확증편향에 빠지기도 하고, 심리적 압박을 강하게 받기도 했다. 한편으로는 리더십을 발휘하고, 가신들을 이끌면서 수많은 위기상황에 빠지기도 했다. 위기도 있었지만, 현명하게 위기를 관리했다. 수많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된 이 책은 흥미롭게 읽을 만하다고 생각된다.


중국문화권에서는 역사적 인물들을 심리학을 통해서 분석하는 심리설사 분야가 인기를 얻고 있는 것 같은데, 국내에서는 이러한 시도가 없어서 신선하게 느껴졌다. 다만, 이 책이 역사적 인물인 조조와 관련된 수많은 에피소드에서 이러한 시도를 한다는 점에서, 삼국지를 읽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생경하게 느껴질 부분도 없지 않을 것 같다. 하지만, 삼국지를 읽었고 흥미를 가진 사람에게는 큰 재미를 줄 것으로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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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세계사 완전 정복 - 패권전쟁으로 이해하는 역사의 흐름
썬킴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2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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썬킴의 세계사 완전정복

패권전쟁으로 이해하는 역사의 흐름

저: 썬킴

출판사: RHK 출판일: 2022년 7월29일 


저자인 썬킴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모르지만, 역사 관련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 자주 얼굴을 볼 수 있는 패널 중 하나이다. 비록 역사학을 전공하지는 않았지만 뛰어난 스토리텔링 능력으로 역사적 사실을 매우 생동감 있도록 전달해준다고 한다. 사실 나는 그의 팟캐스트를 들은 적이 없어서 이를 확인할 수는 없지만, 그가 인기를 얻고 있다는 것이 이를 증명한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었다. 물론 그가 쓴 책을 읽은 것도 이번이 처음인데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 교양서이다. 


그는 근대 이후의 역사적 흐름을 패권전쟁으로 산정하고, 두 패권국가의 역사를 통해서 그 흐름을 알려주고자 했다. 우리가 특별하게 공부를 하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미국이 패권국가라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하지만 미국이 어떠한 과정을 거쳐서 영국을 대신한 패권국가로 부상했는 지에 대해서는 자세하게 모르는 경우가 많다 미국이 자기들이 운명이라고 했던 서쪽으로의 확장을 지속하고 태평양으로 진출한 과정의 이야기가 그것이다. 그 과정에서 저항한 수많은 인디언 원주민은 얼마나 많이 학살당했던가? 아프리카에서 유입된 수많은 흑인 노예의 운명은 또 어땠을까? 오늘날 민주주의의 보루라고 여기는 미국이 20세기 초에 제국주의적 침탈과 점령을 일삼았다는 불편한 사실에 대해서도 무지하다. 


역사적 사실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간결한 것 같다. 미국은 자신들의 국익을 최우선적으로 생각한다는 것과 그러한 원인은 지정학적 요인에서 찾을 수 있다는 것이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의 갈등은 지금까지의 세계화라는 세계의 작동방식이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음을 보여준다. 중국을 제외한 공급망 구축을 위한 미국의 IRA법안은 이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새로운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 즉 화석연료에너지에서 친환경에너지로의 전환과 이에 연관된 산업의 미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을 통해서 앞으로의 패권도 공고하게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본서에서 또다른 패권국가로 러시아를 제시하고, 근대 이후의 러시아의 역사를 조명하고 했다. 러시아는 공산주의라는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중심으로 미국의 패권에 도전했다. 랜드파워인 러시아는 소비에트 연방이라는 거대 국가로 맞섰지만, 결국 실패했다. 연방은 해체되어 분열되었다. 현대의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나는 러시아를 옹호할 생각이 전혀 없다. 어떠한 경우에도 전쟁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배경을 살펴본다면 서구권에서 러시아를 철저하게 소외시킨 사실을 상기한다면, 이들이 결과적으로 러시아의 침공의 한 원인을 제공했다고 생각한다. 


거대한 대립이 시작되었다. 이제 국제적 분업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앞으로의 새로운 세상은 우리가 알고 있던 세계와는 완전히 다를 것이다. 중국은 러시아와 함께 새로운 시대에서 미국과 유럽의 대립점이 될 것이다. 지정학적 대립의 가장 최전선에 위치한 우리나라의 입장에서 이러한 사실이 반갑지는 않다. 우리의 경제를 본다면, 결코 이분법적 해결책이 최선은 아니기 때문이다. 앞으로 우리가 고심하고 고심해야만 될 지점이다. 


이 책에서 적어도 과거의 패권경쟁의 내용을 다룬 것은 유익하다고 하지만, 아쉬운 점도 없지는 않다. 현대의 패권경쟁은 이제 미국과 러시아, 중국의 대립이며, 중국의 영향력을 절대로 무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중국의 근현대사에 대한 내용도 다루었다면 어땠을까 생각한다. 그렇지만 이 책을 충분히 읽을 만한 가치는 있다고 본다. 교양서로 출간되었으므로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도 없다. 읽어 보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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