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의 해방일지
정지아 지음 / 창비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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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의 해방일지

: 정지아

출판사: 창비 출판일: 2022 92

 

정지아 작가의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에 대해서는 주문하기 전까지 아무런 사전지식도 가지지 않았다. 소설의 제목이 얼핏 보면, 최근에 재미있게 시청했던 드라마가 생각났다. 그래서 좀 솔직하게 말한다면, 오쿠다 히데오의 소설과 같이 유쾌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물론 내가 이 이야기를 쓰는 것은 그런 내 어설픈 예상과는 전혀 다른 소설의 내용 때문이었다.

 

소설은 아버지의 갑작스러운 죽음에서 시작된다. 젊은 시절, 빨치산으로 활동했고 위장자수를 했다가 발각되어 옥살이를 한 아버지. 그런 아버지는 합리적인 유물론자이자 사회주의자이다. 늙어서도 혁명을 가끔 이야기를 하는 이 아버지는 시대착오적인 모습으로 비추어지기도 한다. 빨치산 활동의 낙인은 연좌제로 친척들의 삶까지 고난에 빠지게 했다. 그로 인한 친척 사이의 갈등도 당연하게 보인다.

 

딸인 내게 있어서 아버지는 어떤 존재일까?6년의 감옥살이 후에 만난 아버지는 수감되기 전의 아버지와 같이 살갑지는 않았다. 주책 맞아 보이기도 하고, 때로는 완고하게 보인다. 딸에게 아버지는 아버지일 뿐, 그리고 20대 젊은 시절에 사회주의에 빠져 빨치산이 된 낙인 찍힌 사람이다. 그래서 그는 대학시절부터 오래 만난 남자와 결혼하지도 못했다. 좌익경력으로는 이 세상에서 제대로 살아가기 힘들기 때문이다.

 

딸은 아버지를 증오했을까? 아니다. 증오를 했다고는 생각하지 않지만, 삶이 고단했던 것은 당연한 것이다. 그래서 그에 따른 피로감이 누적된 것일 수 있다. 그에게 있어서 아버지는 이미 실패한 정치적 사상의 잔재와 같은 것은 아닐까? 장례식을 치르며, 그는 자신이 몰랐던 아버지의 인연들을 마주한다. 그리고 그 속에서 아버지에 대해서 다시 생각해본다. 나는 생각해봤다. 아버지는 단순히 실패한 것뿐인가?

 

공산주의이든 사회주의이든 그 내용을 본다면, 그것은 우리가 사람 답게 살 수 있는 길을 찾는 정치적 구호이다. 현실의 부조리를 마주했을 때, 그리고 그것이 노력 혹은 열정을 통해서 해결될 수 있다고 생각했을 때, 우리는 행동에 나서게 된다. 그 시대는 그러한 대립이 날카롭게 그리고 폭력적으로 전개되었다. 하지만, 그러한 정치적 구호가 결국 현실화되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우리는 그것을 단순한 실패라고 말하지 않을 것이다. 최소한 변화를 위한 노력은 했기 때문에 의미가 있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딸은 몰랐던 아버지의 모습을 본다. 그리고 그 모습 속에서 자기 자신과 닿아 있음을 느낀다. 그저 실패한 사회주의자, 실패한 빨치산으로단순하게 아버지를 바라보던 시선은 변화한다. 딸은 느꼈을 것이다. 아버지의 입체적인 모습을. 그것은 우리가 선악이라는 이분법적 시각으로 모든 것을 재단할 수 없음을 말한다. 대립했지만, 그 나름대로 서로를 인정하고 가는 것들

 

우리의 근현대사는 얼마나 많은 굴곡이 있었는가? 하지만, 이제 우리는 편을 나누어서 싸워서는 안된다. 이제 그 과거를 이분법적 시각으로만 보아서는 안된다는 뜻이다. 아마도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균형감각, 과거를 보다 더 입체적으로 바라보아야 된다는 주문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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