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소한의 이웃 - 허지웅 산문집
허지웅 지음 / 김영사 / 2022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최소한의 이웃

저: 허지웅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2년 8월22일 


‘필름 2.0’, ‘프리미어’, ‘CQ’에서 영화전문기자로 활동했던 허지웅 작가가 쓴 산문집이다. 한동안 공중파와 종편에도 자주 패널로 출현하고 활발하게 활동했던 것으로 기억난다. 그러다가 혈액암으로 투명을 하면서 방송을 하차한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그는 완치했고 이제는 아마도 일상으로 복귀한데 더해서 방송활동도 다시 시작한 것으로 알고 있다. 아직 그는 젊고 해야 될 일도 많을 테니 아무쪼록 스트레스로 다시 병에 걸리는 일 따위는 없었으면 좋겠다. 


이렇게 말하니, 내가 마치 그와 매우 친밀할 것 같지만 그의 책을 읽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전에 출간된 그의 에세이 ‘나의 친애하는 적’은 제목이 도발적이라서 한번 읽고 싶었는데 기회가 사실 안됐다. 게으름에 주문을 미루다가 영영 읽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반갑게도 그의 새로운 책이 출간되었다. ‘최소한의 이웃’ 그 전에 출간된 책의 내용은 읽지 않아서 내용을 모르겠지만, 약간은 그가 약간 타인에게 날이 선 것이 아닌가 싶은 느낌이 들었다. 그런데 ‘최소한의 이웃’은 전혀 반대의 느낌이 들었다. 


코로나 시대로 접어든 지가 3년이 되었다. 감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해서 우리 모두는 인내했다. 일상의 한 부분을 포기했고 참았다. 대부분은 말이다. 그 3년 가까이 되는 시간 동안에 우리 대부분은 답답함을 느꼈을 것 같다. 사람들은 코로나가 4차 산업혁명을 예상보다 더 빠르게 앞당겼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우리가 일상의 대부분을 플랫폼을 통해서 해결할 수 있다고 하더라도 본디 사람은 사회에 속하고 다른 사람과의 공감이 필요하다. 그러한 것에서 단절되어 오래 살아갈 수 없는 것이 사람이 아닌가 싶다. 


지하철에서 아버지 뻘 되는 노인을 핸드폰으로 내리쳐 상해를 입힌 젊은 여자의 이야기, 화를 참지 못해서 공무원을 폭행한 한 사람. 화를 삭히지 못하고 폭력을 행사하는 모습이 빈번하게 뉴스로 나온다. 아마도 코로나 시대가 불러온 직접적인 대면의 단절은 사람들을 스트레스 상황에 몰아 두었을 뿐만 아니라 이기심도 키운 것은 아닌지 생각되었다. 이 산문집에서 그가 말하고자 했던 바를 나도 일상에서 뉴스에서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던 것을 알았다. 다만, 나는 그것을 구체화하여 생각하지는 않았다. 


이 책에서 무척이나 공감되는 부분을 많이 찾을 수 있었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것, 공감한다는 것의 중요성을 그도 풀어 놓는다. ‘인간은 공감할 줄 아는 생명체입니다. 인간이 인간으로 태어나 사람답게 살려고 노력하는 동안 그들을 다른 생명체와 구분 짓는 괴상하고 소모적이며 소란스러운 동시에 놀라울 만큼 아름다운 것이 하나 있다면, 그건 바로 공감하는 능력일 겁니다” 우리가 코로나로 인하여 얻게 된 이 집단적 신경증을 이기기 위해서는 아마 그가 말한대로 공감이 가장 중요하게 요구될 것이다. 


히치콕의 영화 ‘이창’을 본 적은 없지만 보고 싶다. 그가 쓴 글 때문이다. ‘서로에게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가끔 우리는 한번도 해본 적이 없는 일에 친숙해져야 합니다. 그렇다고 내가 좋아하는 걸 포기해야 할 필요는 없습니다. 두 가치가 공존할 수 없다고 생각하는 쪽이 어리석은 거니까요. 사랑은 두 사람의 삶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는 게 아니라, 두 사람의 삶만큼 넓어지는 일일 겁니다” 


그의 글을 하나 하나 읽어보면서 나는 우리 사회가 잃어버리고 있는 것에 대해서 다시 생각했다. 물론 코로나라는 전대미문의 감염병이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다. 그렇지만, 그 대유행 이전조차도 우리는 상식적이지 못한 사회에서 살아가며, 진영논리에 빠져 상대방을 혐오했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공감의 감수성, 상대방에 대한 너그러운 관용이 아닐까? 아마도 아직은 늦지 않았을 것이다. 당신이 그것을 느낀다면 조금이라도 실천해본다면. 


나와 이름이 같은 이 작가의 책. 한번 읽어 보길 조심스럽게 기쁘게 추천해본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