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김시덕 지음 / 포레스트북스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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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자가 직접 고른 살기 좋고 사기 좋은 땅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

: 김시덕

출판사: 포레스트북스 출판일: 2022720

 

우리나라에서 부동산은 각 가정이 가지고 있는 가장 중요한 자산이다. 낮은 금리와 끝이 없을 것 같은 주택가격 상승은 사람들에게 패닉바잉을 일으켰다. 무리한 대출을 통해서 아파트를 마련했다고 안도했지만,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미국발 금리인상은 아파트 가격의 급격한 하락을 불러왔다. 패닉바잉으로 인한 무리한 대출은 특히나 젊은 세대에게 큰 부담을 주고 있으며, 우리 경제의 뇌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우리의 미래는 과거의 일본과 같을 것인가? 의견은 분분하다. 비슷한 길을 갈 것이라는 이야기와 그렇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가 혼재되어 있다.

 

사실 김시덕의 우리는 어디서 살아야 하는가는 인문학적 책으로 생각했는데, 꽤 합리적인 시야로 부동산을 분석하는 책이라고 생각된다. 흥미로운 점도 많이 눈에 띄었다. 행정의 연속성, 행정의 관성이라는 지점에서 도시기본계획의 수립과 실행이 여러 부침을 겪는다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가는 방향은 있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그러한 기본계획에 대해서 보다 면밀하게 검토하고 시간에 따른 변화를 살펴본다면, 앞으로 개발될 부동산인지 아닌지 판단할 수 있는 통찰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면, 내가 부동산에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으므로 특히나 살기 좋은 부동산이라는 관점에서 남북관계, 즉 안보적 위험, 재난위험이 큰 고려요인이라는 것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안보문제는 민감한 것이고, 따라서 호재라고 할 수 있는 군 기지 및 공항의 이전이 쉽지 않은 것이라는 알 수 있다. 따라서, 이러한 호재를 기반으로 한 부동산 구매에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 않을 수 없다. 마찬가지로 재난위험은 여러 사건들을 생각해보면, 만에 하나라도 일어날 수 있으면 부동산의 가치에 영향을 미칠 것이므로 당연히 이를 살펴야 될 것이다.

 

에드워드 글레이저의 도시의 승리(Triumph of The City)’와 리처드 플로리다의 도시는 왜 불평등한가(The New Urban Crisis)’를 김시덕도 인용했는데, 나 역시 이 두 책에서 얻은 영감이 많았다. 그리고 저자가 지적한 내용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이다. 도시의 용적율과 층고는 자유롭게 풀어줘야 한다. 이전 서울시장의 정책이라든지 동 세대의 정치인의 생각을 나 역시 이해할 수는 없다. 도시를 보다 집적시켜야 보다 친환경적일 수 있고, 보다 촘촘한 네트워크를 만들 수 있다. 용적율과 층고제한을 푼다고 한국이 홍콩처럼 되진 않는다. 저자가 제안한 것처럼, 다양한 임대주택을 조건으로 한다면 그럴 일은 적어질 것이다. 개발을 하더라도 원도심의 일부라도 보존해서 기능하게 하자는 저자의 아이디어도 동의한다.

 

앞으로 우리나라의 인구는 줄어들 것이다. 지금 건설되고 번창하는 지방의 도시와 수도권 신도시는 시간이 갈수록 쇠퇴할 가능성이 있다. 결국은 사람들은 도시로 더욱 몰리게 될 것이다. 향후에 도시와 지방 간의 부동산 가격 차이는 더 심하게 벌어질 것이다. 일본의 다마 신도시가 어쩌면 그러한 사례가 아닐까 모르겠다. 이 책을 통해서 여러 통찰력을 얻었다. 그리고 내가 생각하는 부동산의 미래를 조금은 생각해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부동산 투자를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저자가 제안한 것처럼 반드시 직접 임장을 가서 이 책에서 제안했던 여러 요인들을 고려해보는 것은 꼭 필요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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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3 - 서울대 소비트렌드 분석센터의 2023 전망
김난도 외 지음 / 미래의창 / 2022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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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코리아 2023

: 김난도 외

출판사: 미래의창 출판일: 2022 105

 

서울대 김난도 교수팀이 매년 출간하는 트렌드 코리아를 2019년부터 꾸준하게 사서 읽은 것 같다. 책장을 보니 말이다. 처음에는 그다지 큰 관심을 가지고 읽은 책은 아닌데, 지금은 매년 사서 관심있게 읽는다. 트렌드라는 것이 단순하게 소비와 관련되고 경제에 도움이 되는 것만은 아니다. 지금 현재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의식, 문화, 흐름에 대한 이야기가 종합적으로 들어가 있으므로 소비 트렌드를 알기 위해서만 이 책을 읽는다면 아까운 일이 될 것 같다.

 

이 시리즈의 책을 읽으면 우리 사회를 관통하는 흐름을 읽을 수가 있는데, 살아가다 보면, 사실 다른 세대가 어떻게 살아가는지를 크게 신경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물론 같은 회사에서 세대가 다른 여러 다양한 사람이 일하기는 하지만, 대개는 위계구조에 따라서 해야 될 일이 정해져 있기 마련이다. 세대차이라면 조직을 운영하는 방식과 정책, 구성원에 대한 대우에 대해서는 차이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이미 기성세대라고 할 지라도 이전과 같은 시대가 아니라는 것은 다 동의한다.

 

내가 사회생활을 처음 시작했을 때는 사무실에서 담배를 피우는 것이 그다지 낯선 풍경이 아니었다. 집들이 간다고 동료의 집에 가기도 했고, 부장님 댁으로 전 팀원들이 저녁식사를 하러 갔다. 밤 늦게까지 술을 마시고, 힘들지만 지각을 하지 않고 회사에 출근했다. 그렇지만 지금은 안다. 말로는 서로가 한 구성원이며 식구라고 윗 사람들은 이야기를 하지만, 실제로 서로를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그것은 그냥 흔한 레토릭에 불과하며, 자신의 것을 더 챙기기 위한 명분에 불과할 경우가 많다.

 

도시에 수많은 사람들이 모여 살지만, 이웃에 누가 사는 지도 모르는 시대다. 사람들은 저마다 파편화되어 있고 남에게 신경쓰지 않는다. 이를 더 부추기는 것은 아무래도 기술의 발전이 아닐까? 이전에는 불가능했던 개인별 맞춤화가 정보통신기술의 발전과 함께 개인 단말기 보급으로 인해서 가능해진 것이다. 트렌드의 양상은 그런 흐름 안에 있다고 해야 될 것 같다. 유통의 경우를 보면, 우리는 너무 쉽게 소매의 종말을 이야기한다. 사실 누구나 온라인 쇼핑의 편리함은 알지만, 쇼핑이라는 그 행위에서 얻는 즐거움도 있을 것 같다.

 

이 책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였던 것이 몇 가지 있었는데 두 가지만 짚어보고 싶다. 하나는 공간력이다. 이것은 이미 나 역시도 이해하고 있었던 것이다. 온라인 쇼핑의 대두가 오프라인의 멸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스타필드라는 초대형 쇼핑몰을 보면, 앞으로 가야 될 오프라인 매장의 모습의 한 단면이 보인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하나의 경험이다. , 쇼핑은 더 이상 무엇인가 필요한 물건을 사는 것이 아니라, 원하는 것을 사는 경험이다. 거대한 공간 속에 우리가 욕망하는 거의 모든 것을 담는다. 여기서 벗어나지도 않아도 당신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것. 거기에는 아이들을 위한 놀이터, 어른을 위한 사우나, 쇼핑공간, 식당 등이 즐비하다.

 

또 다른 측면에서 앞으로 오프라인은 온라인과 긴밀하게 연결될 것이다. 온라인 쇼핑몰을 오프라인에 팝업 스토어 형태로 운영하여 경험을 선사할 수도 있다. 오프라인 유통에 집중했던 제조사는 오프라인 매장을 자사 제품의 체험공간으로 만들어, 온라인 쇼핑으로 이어지도록 설계할 수 있다. 어차피 소비자들은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확인하고, 구매는 온라인으로 하는 경우가 대다수이니 오프라인 매장에서 물건을 많이 판다는 전략을 고수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이러한 흐름도 고가 럭셔리 브랜드는 다를 것이다.

 

네버랜드 신드롬은 앞으로 거시적인 트렌드와 사회현상을 읽는 주요한 키워드가 될 것 같다. 평균 수명이 길어지면서 우리는 이전 세대보다도 더 많은 시간을 얻었다. 길어진 수명과 같이 젊게 살려고 하는 욕망이 커지고 있다. 트렌드 코리아를 읽기 시작하면서 김난도 교수팀이 포착한 트렌드의 단면을 보면, 그 밑바닥에는 젊게 살고자 하는 기성세대의 욕망이 자리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러나 그것은 비단 나이 든 세대만의 것은 아니다. 30대와 40대도 어린 시절에 즐겼던 취미생활을 여전히 이어가며 어른이의 생활을 이어가는 경우가 많다. 아마도 이것은 같은 맥락에서 해석이 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기술발전으로 인한 변화는 거세다. 인구학적 변화는 이러한 변화와 더해져 그 영향을 더욱 크게 늘리고 있다. 아마도 미래를 읽는 것은 이러한 두 가지 트렌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 거기에 달려 있지 않을까 조심스럽게 생각해본다꼭 소비 트렌드에 관심이 없더라도, 사회변화의 트렌드를 알고 싶다면 이 책은 반드시 읽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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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지음,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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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라이프, 디자인 (Hi-Fi)

: 기디언 슈워츠 역: 이현준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22 21

 

여자들이 싫어하는 취미 중에 하나가 오디오라고 한다. 고음질 음악에 대한 남자들의 집착은 비용에 대한 걱정을 거의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다. 누군가에게 내게도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로망이나 집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없다고 말할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비롯해서 대학교, 사회생활까지 거의 없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재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스키를 한 잔 하고 있을 때 이야기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재즈가 없는 위스키는 맛이 없으니까.

 

아마도 비용을 들여서 오디오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산 것은 헤드폰 정도일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달에 1~2번은 해외에 출장을 갔었다. 대개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정도였는데, 일본은 1시간반 정도 비행시간이니 음악 감상하고 할 겨를도 없었다. 이륙할 때 졸면 대개는 착륙할 때 깨곤 했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까지의 6시간의 비행시간은 좀 지루하다. 그럴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내게 비즈니스 좌석을 예약해주지도 않으니 뭔가 그 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사용하면 비행기 소음은 거의 완벽하게 차단된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것을 계기로 해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조금 이전보다는 많이 생기기는 했다. 그렇지만 내게는 고가의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열망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출퇴근 시간 동안 사용할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투자는 꾸준하게 이어갔지만. 하지만 남자들을어찌 남자뿐일까? 여자까지도 매혹시킨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열망은 무엇인가 싶다.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라이브를 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뭐랄까? 조소라기 보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된다는 의미지만.

 

이 책을 쉽게 읽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카달로그 같은 책이다. 저 멀리는 에디슨의 포노그라프부터 시작하는 긴 역사 속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제조사와 명기가 소개된다. 수많은 사진 속에 오디오 기기를 보자면, 한번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다.왠지 내가 듣고 있는 평범한 이어폰의 음색이 아니라 뭔가 매우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생활인이 아닌가?

 

하이앤드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 책을 절대로 쉽게 읽을 수 없다. 일단 전제가 매니아가 독자라고 가정하고 쓴 책이기 때문에 일련의 오디오와 관련된 용어와 내용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따라가면서 읽기가 힘들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관심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만,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진으로 인해서 사실 텍스트는 그다지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위로가 될 수는 있다.

 

이 책의 번역자 이현준이 밝힌 것처럼, 이 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서 하이앤드 오디오 기기의 발전을 시대별로 기술하는 책이다. 따라서, 일정한 기술적 업적을 이룩한 일본 오디오 업체의 소개 등은 다소 박한 편인 것 같았다. 소니의 워크맨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수록될 것 같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도 워크맨이 하이앤드 오디오 기기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라서 그럴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눈이 즐겁다. 그리고 또 흥미롭다. 오디오 기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보물섬을 찾은 것처럼 즐거울 것 같다. 물론 난 그렇지 않아서 약간 지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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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윈터 에디션)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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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저: 허태연

출판사: 놀 출판일: 2022년 7월18일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은 것 같다. 하쿠다 사진관, 그냥 들으면 일본소설의 번역본 같은데 하쿠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하겠습니다 라는 말이다. 워낙 제주도 방언이 표준어와 다른 점도 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도 표준어를 많이 쓴다고 하니 나이든 세대 정도가 심한 방언을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도는 두 번 모두 경조사로 간 경우이고, 갔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만에 다시 돌아와 버렸다. 문제는 시기가 전부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딱히 내려갔다고 오래 있을 이유도 찾기가 힘들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판타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삶에서의 판타지라고 할까? 이런 류의 소설은 일본소설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잔잔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따듯한 이야기라는 식의 흐름이 대부분이다. 원래 성격 상으로는 소설을 잘 읽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시대를 공감한다는 점에서 소설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는 소설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했다는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 빨치산으로 살아간 세대의 모습이랄까?현실에서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게 아마도 소설을 읽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판타지 소설은 어쩌면 우리가 위로를 얻고 싶을 때 찾는 것 같다. 꿈 같은 이야기.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지만, 그것을 통해서 왠지 무엇인가 세상을 따듯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그런 소설을 생각하자나, 올해 읽었던 한국소설 중에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생각났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의 삶이 각박하고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를 살아간다는 것은 옆에 사는 이웃의 얼굴과 이름조차 모르는 삶이다. 어느새 우리는 정통적인 촌락공동체에서의 삶의 방식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그런 판타지를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판타지와 같지 않다는 아픔이 있다. 당장 제주도를 보더라도, 외지인에 대한 차별과 따돌림은 상당하다고 한다. 그 경험을 내가 하지 않았으니, 당신이 뭘 아느냐 하겠지만. 그 이유는 사실 제주도 토박이들 자신이 한 이야기이다. 3대까지 살아야 외지인이 아니라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아마도 섬이라는 고립된 사회가 그런 것을 더 강화했을 지도 모른다. 그건 사실 시골의 촌락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귀농 혹은 귀촌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나이가 들었다면 도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도 드라마 같은 역전을 이룬 삶도 있다. Social Network에 우연하게도 올린 글이나 사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하고 성공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대부분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꿈을 가지고 제주도와 같은 이질적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뭔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실 현실은 무척이나 고되다는 것을 안다. 외지인은 절대로 동화되기 어려운 곳.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 마음 한 구석에서는 거리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는 공간. 거기다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거리도 충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을 잊고 싶다면, 이런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따듯한 이야기도 있는 반면, 어둡고 슬프며 현실을 반영하는 그런 서사도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문열의 ‘변경’이라는 긴 소설을 읽은 사람을 본 적도 있다. 그 이야기가 흥미롭던 그렇지 않던 그런 공감을 위해서 읽는다면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판타지는 어디까지나 그냥 판타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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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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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그림의 말들

: 태지원

출판사: 클랩북스 출판일: 202291

 

미술작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계기는 여러 글에서도 밝혔지만, 서울 시립대 김태진 교수의 아트 인문학이었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이 그저 시간낭비가 아닌가 경솔하게 생각했었다. 대학시절, 학교에서 모집한 유럽여행은 탐구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서 경험을 쌓는 프로그램이었다. 운 좋게도 대학 4학년 때에 유럽여행을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내 주제는 유럽의 박물관이었다. 학교에서 재학생을 위해서 만든 여행 프로그램이니 보조금도 많이 나온 데다가 박물관도 많이 갔다. 루브로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멀리서 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감흥은 별로 없었다.

 

박물관을 주제로 한 여행이었다고 하더라도, 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어디를 가나 많은 관람객과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무척이나 지루했다. 수많은 박물관을 갔던 기억들은 그렇게 내 머리 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김태진 교수의 책을 계기로 해서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무척 생겼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전과는 달리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나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적도 많이 출간되었다.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다루는 조각보다는 회화에 대한 글이 많다. 소개하는 대상이 되는 화가도 어느 정도는 겹쳐져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친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운이 좋았던 것은 김태진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흐름을 대충 알았다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여러 책을 통해서 살이 덧붙여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회화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느냐면 그런 것은 아니다. 수없이 소개된 화가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디에고 벨라스케스, 호아킨 소로야와 같은 스페인 화가가 있는가 하면, 존 싱어 사전트의 초상화들, 카프리 섬의 소녀를 그린 그림도 맘에 든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만난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한 도시의 그림들은 머리 속에 각인될 정도였다.

 

이 책은 고등학교 교사로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글쓰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은 태지원씨가 썼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그에 연관된 그림들을 소개한다. 어떨 때는 화가의 삶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림이 조용히 당신에게 말을 건다. 그건 단순한 위로일 수도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어떨 때는 회화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그렇게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침잠한다. 이 에세이에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는 않다. 그저 평범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접하지만, 그 가운데서 회화를 통해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미술관에 자주 가야 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되는 이유를 이것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이 오면 그림을 보기 위해서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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