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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쿠다 사진관 (윈터 에디션)
허태연 지음 / 놀 / 2022년 7월
평점 :
품절
하쿠다 사진관
저: 허태연
출판사: 놀 출판일: 2022년 7월18일
오랜만에 한국소설을 읽은 것 같다. 하쿠다 사진관, 그냥 들으면 일본소설의 번역본 같은데 하쿠다는 제주도 방언으로 하겠습니다 라는 말이다. 워낙 제주도 방언이 표준어와 다른 점도 있지만, 지금은 제주도에서도 표준어를 많이 쓴다고 하니 나이든 세대 정도가 심한 방언을 쓰지 않을까 생각한다. 제주도는 두 번 모두 경조사로 간 경우이고, 갔다고 하더라도 몇 시간만에 다시 돌아와 버렸다. 문제는 시기가 전부 코로나 시기이기도 했고, 딱히 내려갔다고 오래 있을 이유도 찾기가 힘들었다.
이런 종류의 소설은 판타지와 같다고 할 수 있다. 현실에서는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이야기를 다뤘다는 점에서 현실적인 삶에서의 판타지라고 할까? 이런 류의 소설은 일본소설에서 많이 찾을 수 있는데, 잔잔한 일상생활에서 벌어지는 따듯한 이야기라는 식의 흐름이 대부분이다. 원래 성격 상으로는 소설을 잘 읽지는 않았었다. 그러나 시대를 공감한다는 점에서 소설만큼 좋은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안 이후로는 소설도 찾아서 읽어보려고 노력은 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이 추천했다는 소설 ‘아버지의 해방일지’를 읽으면, 빨치산으로 살아간 세대의 모습이랄까?현실에서는 절대로 공감할 수 없는 이야기를 접하게 된다. 그게 아마도 소설을 읽는 가치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만 판타지 소설은 어쩌면 우리가 위로를 얻고 싶을 때 찾는 것 같다. 꿈 같은 이야기. 현실에서는 일어나기 힘든 이야기지만, 그것을 통해서 왠지 무엇인가 세상을 따듯하다는 생각을 갖도록 만들고 싶은 것 같다. 그런 소설을 생각하자나, 올해 읽었던 한국소설 중에서 ‘어서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가 생각났다. 이런 류의 소설들이 인기를 끄는 것은 아무래도 현실의 삶이 각박하고 힘들기 때문이 아닐까? 도시를 살아간다는 것은 옆에 사는 이웃의 얼굴과 이름조차 모르는 삶이다. 어느새 우리는 정통적인 촌락공동체에서의 삶의 방식을 모두 잃어버렸다. 그래서 아마도 우리는 그런 판타지를 가지는 것 같다.
하지만 세상은 그렇게 판타지와 같지 않다는 아픔이 있다. 당장 제주도를 보더라도, 외지인에 대한 차별과 따돌림은 상당하다고 한다. 그 경험을 내가 하지 않았으니, 당신이 뭘 아느냐 하겠지만. 그 이유는 사실 제주도 토박이들 자신이 한 이야기이다. 3대까지 살아야 외지인이 아니라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한다고. 아마도 섬이라는 고립된 사회가 그런 것을 더 강화했을 지도 모른다. 그건 사실 시골의 촌락에서도 흔하게 일어나는 일이다. 그래서 귀농 혹은 귀촌은 어려운 일이다. 차라리 나이가 들었다면 도시의 작은 아파트에서 사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물론 현실에서도 드라마 같은 역전을 이룬 삶도 있다. Social Network에 우연하게도 올린 글이나 사진으로 유명세를 타기도 하고 성공을 한다. 하지만, 그런 사람이 대부분일까? 대부분의 사람들은 큰 꿈을 가지고 제주도와 같은 이질적 공간을 찾는다. 그리고 거기서 뭔가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지만, 사실 현실은 무척이나 고되다는 것을 안다. 외지인은 절대로 동화되기 어려운 곳. 아니 그렇다고 하더라도 어느 한 마음 한 구석에서는 거리감을 느끼게 될 수밖에 없는 공간. 거기다가 기본적인 삶을 영위하기 위한 일거리도 충분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현실을 잊고 싶다면, 이런 소설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다. 하지만, 나는 따듯한 이야기도 있는 반면, 어둡고 슬프며 현실을 반영하는 그런 서사도 반드시 읽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아버지 세대를 이해하고 싶어서 이문열의 ‘변경’이라는 긴 소설을 읽은 사람을 본 적도 있다. 그 이야기가 흥미롭던 그렇지 않던 그런 공감을 위해서 읽는다면 얻는 것이 있을 것이라고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판타지는 어디까지나 그냥 판타지일 뿐이라는 사실을 기억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