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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의 말들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태지원 지음 / 클랩북스 / 2022년 9월
평점 :
인생에 질문이 찾아온 순간, 그림이
들려준 이야기
그림의
말들
저: 태지원
출판사: 클랩북스 출판일: 2022년 9월1일
미술작품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계기는 여러 글에서도 밝혔지만, 서울 시립대 김태진 교수의 ‘아트 인문학’이었다. 미술관에 간다는 것이 그저 시간낭비가 아닌가 경솔하게 생각했었다. 대학시절, 학교에서 모집한 유럽여행은 탐구주제를 설정하고 그에 따라서
경험을 쌓는 프로그램이었다. 운 좋게도 대학 4학년 때에
유럽여행을 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 당시의 내 주제는 유럽의 박물관이었다. 학교에서 재학생을 위해서 만든 여행 프로그램이니 보조금도 많이 나온 데다가 박물관도 많이 갔다. 루브로 박물관에서 모나리자를 멀리서 본 것도 그 때문이었다. 물론
감흥은 별로 없었다.
박물관을 주제로 한 여행이었다고 하더라도, 난
그다지 관심이 없었다. 어디를 가나 많은 관람객과 잘 알지도 못하는 그림을 보고 있으려니 무척이나 지루했다. 수많은 박물관을 갔던 기억들은 그렇게 내 머리 속에서 사라져갔다. 그러다가, 나이가 들어 김태진 교수의 책을 계기로 해서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이 무척 생겼다. 다행히 최근에는 이전과는 달리 미술작품에 대한 관심도 많아져서 나 같은 일반인을 대상으로 하는 교양서적도 많이
출간되었다. 책을 여러 권 읽다 보면, 다루는 조각보다는
회화에 대한 글이 많다. 소개하는 대상이 되는 화가도 어느 정도는 겹쳐져 있다.
책을 읽다 보니, 어느새 친숙해졌다고
해야 할까? 운이 좋았던 것은 김태진 교수의 책을 읽으면서 흐름을 대충 알았다는 것이고, 그 이후에는 여러 책을 통해서 살이 덧붙여진 것 같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내가 회화에 대해서 잘 안다고 하느냐면 그런 것은 아니다. 수없이
소개된 화가 중에는 내가 좋아하는 디에고 벨라스케스, 호아킨 소로야와 같은 스페인 화가가 있는가 하면, 존 싱어 사전트의 초상화들, 카프리 섬의 소녀를 그린 그림도 맘에
든다. 알랭 드 보통의 ‘여행의 기술’에서 만난 에드워드 호퍼의 고독한 도시의 그림들은 머리 속에 각인될 정도였다.
이 책은 고등학교 교사로 평범하게 살아가다가 글쓰기에서 자신의 재능을 찾은 태지원씨가
썼다. 우리가 살면서 느끼는 여러 감정들에 대해서 솔직하게 표현하면서 그에 연관된 그림들을 소개한다. 어떨 때는 화가의 삶이 우리에게 용기를 주기도 하고, 위로를 주기도
한다. 하지만, 어떤 때는 그림이 조용히 당신에게 말을 건다. 그건 단순한 위로일 수도 있지만, 보는 이로 하여금 스스로 깨닫게
만든다. 어떨 때는 회화에 숨겨진 의미를 깨닫고 고개를 끄덕일 수도 있다. 어느 순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그림 앞에서 오랜 시간을 서있는
자신을 발견할 수도 있다.
예술작품이라는 것은 그렇게 우리 마음 속 깊은 곳으로 침잠한다. 이 에세이에 어떤 특별한 이벤트가 있지는 않다. 그저 평범한 우리가
살아가면서 흔하게 느낄 수 있는 여러 감정을 접하지만, 그 가운데서 회화를 통해서 깊은 인상을 남길
수 있다는 것. 사랑하는 사람과 미술관에 자주 가야 되고, 아이들을
데리고 가야 되는 이유를 이것보다 더 잘 표현할 수는 없을 것이다. 코로나는 이제 막바지에 다다르고
있다. 겨울이 지나고 따듯한 봄이 오면 그림을 보기 위해서 미술관을 가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