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오·라이프·디자인
기디언 슈워츠 지음, 이현준 옮김 / 을유문화사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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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디오, 라이프, 디자인 (Hi-Fi)

: 기디언 슈워츠 역: 이현준

출판사: 을유문화사 출판일: 2022 21

 

여자들이 싫어하는 취미 중에 하나가 오디오라고 한다. 고음질 음악에 대한 남자들의 집착은 비용에 대한 걱정을 거의 순식간에 사라지게 한다. 누군가에게 내게도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로망이나 집착이 있느냐고 묻는다면 나는 단연코 없다고 말할 것 같다. 음악에 대한 관심은 중고등학교 시절을 비롯해서 대학교, 사회생활까지 거의 없었다는 편이 맞을 것이다. 클래식 음악을 좋아하고 재즈를 사랑하기는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위스키를 한 잔 하고 있을 때 이야기라는 것이 맞을 것이다. 재즈가 없는 위스키는 맛이 없으니까.

 

아마도 비용을 들여서 오디오와 관련된 무엇인가를 산 것은 헤드폰 정도일 것 같다. 코로나 이전에는 한달에 1~2번은 해외에 출장을 갔었다. 대개는 일본이나 싱가포르 정도였는데, 일본은 1시간반 정도 비행시간이니 음악 감상하고 할 겨를도 없었다. 이륙할 때 졸면 대개는 착륙할 때 깨곤 했었다. 그렇지만 싱가포르까지의 6시간의 비행시간은 좀 지루하다. 그럴 때는 음악을 들으면서 책을 읽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어차피 회사에서는 내게 비즈니스 좌석을 예약해주지도 않으니 뭔가 그 시간 동안 일을 하는 것도 어려웠다.

 

노이즈 캔슬링 헤드폰을 사용하면 비행기 소음은 거의 완벽하게 차단된다. 조용한 분위기에서 음악을 들으니 얼마나 좋은가! 그것을 계기로 해서 음악에 대한 관심이 조금 이전보다는 많이 생기기는 했다. 그렇지만 내게는 고가의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열망은 일어나지 않았다. 다만, 출퇴근 시간 동안 사용할 블루투스 이어폰에 대한 투자는 꾸준하게 이어갔지만. 하지만 남자들을어찌 남자뿐일까? 여자까지도 매혹시킨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열망은 무엇인가 싶다. 원음에 가까운 음악을 듣고 싶다면 라이브를 들어야 되지 않을까 생각도 했지만. 그건 뭐랄까? 조소라기 보다는 한계를 인정해야 된다는 의미지만.

 

이 책을 쉽게 읽었다고 생각할 수는 없다.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한 하이앤드 오디오에 대한 카달로그 같은 책이다. 저 멀리는 에디슨의 포노그라프부터 시작하는 긴 역사 속에서 등장했던 수많은 제조사와 명기가 소개된다. 수많은 사진 속에 오디오 기기를 보자면, 한번 음악을 들어보고 싶은 마음이 들기는 했다.왠지 내가 듣고 있는 평범한 이어폰의 음색이 아니라 뭔가 매우 다른 무엇인가를 느낄 수 있을 것만 같은 유혹을 느낀다. 하지만 나는 평범한 생활인이 아닌가?

 

하이앤드 오디오 매니아가 아니라면, 이 책을 절대로 쉽게 읽을 수 없다. 일단 전제가 매니아가 독자라고 가정하고 쓴 책이기 때문에 일련의 오디오와 관련된 용어와 내용을 알지 못하면, 제대로 따라가면서 읽기가 힘들다. 말하자면, 어느 정도의 관심을 미리 가지고 있어야만, 큰 재미를 느낄 수 있다는 이야기이다. 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수많은 사진으로 인해서 사실 텍스트는 그다지 많은 분량을 차지하지 않는다는 점이 위로가 될 수는 있다.

 

이 책의 번역자 이현준이 밝힌 것처럼, 이 책은 미국과 유럽을 중심으로 해서 하이앤드 오디오 기기의 발전을 시대별로 기술하는 책이다. 따라서, 일정한 기술적 업적을 이룩한 일본 오디오 업체의 소개 등은 다소 박한 편인 것 같았다. 소니의 워크맨에 대한 이야기가 길게 수록될 것 같다는 기대를 했지만, 그렇지는 않았다. 아마도 워크맨이 하이앤드 오디오 기기라고 말하기는 어려운 것이라서 그럴지는 몰라도 말이다. 그렇지만, 눈이 즐겁다. 그리고 또 흥미롭다. 오디오 기기에 흥미를 가진 사람이라면 아마도 보물섬을 찾은 것처럼 즐거울 것 같다. 물론 난 그렇지 않아서 약간 지루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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