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번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김부건 지음 / 밀리언서재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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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번뿐인 인생이라면 날마다 새롭게 태어나야 한다

단 한 번 밖에 살 수 없다면

인문고전을 읽어라

: 김부건

출판사; 밀리언서재 출판일: 202315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했기 때문이었을까? 중국 고전에 대한 관심이 참으로 많았었다. 주변 친구들도 사서오경을 읽어보겠다고 도전하기도 했다. 이런 영향이 있었는지 나는 다른 사람들보다도 중국 고전에 대해서 흥미를 느끼고 있었고 자주 접하게 되었다. 특별히 의도를 하지는 않았지만, 고전을 읽으면서 생각지도 못했던 변화도 있었다. 그때까지 사회적 경험이 별로 없었고 현명하지도 못했던 나는 고전을 읽으면서 깨달음을 얻었던 것이다.

사람들은 흔히들 인생을 살아가면서 통찰력을 얻고 싶어한다. 사실 통찰력이라는 것은 여러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나는 그것을 굳은 생각이 아니라 유연한 사고력이라고 말하고 싶다. 우리가 학교에서 배우는 지식은 자신이 스스로 사유하여 얻은 결과는 아니다. 사실 생각해보면, 진정한 지식이라는 것은 자기 스스로 깨우치고 그 원리를 채득하는 것이 아닐까? 그렇지만, 우리 교육에 대한 의례적인 비판과 같이 그것은 그저 암기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아무리 많은 지식을 얻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혜를 얻었다고 할 수는 없다. 종종 일을 한다는 것은 단순하게 능숙하게 어떤 일을 수행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미 능숙함이라는 것은 자동화된 소프트웨어 혹은 전자화된 절차로 인해서 손쉽게 이루어진다. 그래서 오늘날 인간 노동력의 의미에 대해서도 회의감이 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결국은 우리가 지혜라는 것을 창의적인 문제해결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고 아니면 어떤 공감 능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지 모른다.

미래의 인간에게 요구되는 것은 그러한 능력이 아닐까? 그렇다면 사실 지식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없다는 아주 당연한 결론에 도달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해답은 무엇일까? 사실 우리는 이미 그 답을 가지고 있다. 무엇이 문제이고 무엇을 해야 되는지를 이전부터 꾸준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책을 읽는 것이다. 우리는 책을 통해서 여러가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우리는 유한한 인생을 살아간다. 그것은 우리가 직접 통찰력을 얻기 위해서 모든 것을 직접 할 수 없다는 것을 의미한다.

소설을 통해서 우리는 공감 능력을 얻을 수 있다. 여러 사람의 경험과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는 서사를 창조할 수 있는 능력 또한 얻을 수 있다. 물론 양자역학과 같은 과학적 진실 속에서 우리는 깊은 종교적 통찰력과 감화를 느낄 지도 모르겠다. 아마도 이러한 과정 속에서 중국 고전, 인문 고전의 힘이 얼마나 큰 지를 마음 속 깊이 느낄 지도 모를 것 같다.

모든 중국 고전을 천천히 앉아서 읽을 수 있는 여유를 나 역시 지금은 가지기가 어렵다. 사회생활은 나에게 많은 것을 요구하며, 나의 관심사는 또한 다양한다. 쫓아가기에 세상의 변화는 너무나 빠르다. 내 머리 속은 앞으로 변화될 세상에 대한 관심으로 가득 차 있다. 어린 시절 읽었던 중국 고전의 내용을 다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그 교훈은 어렴풋이 느껴진다.

이 책의 가치는 그런 것이다. 비록 내가 느끼는 중국 고전에서의 통찰력이 저자와는 조금 다를 수 있지만, 적어도 비슷하다는 것. 그리고 그가 찾은 답이 결코 내가 생각하는 것과 그다지 많이 동떨어지지 않았다는 사실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이전에 읽었던 고전의 생각이 났다. 아마도 은퇴를 하고 나면, 행복하게 중국 고전을 읽으면서 내 삶을 반추할 지도 모르겠다. 좋은 책이다. 시간이 된다면 일독을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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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을 위한 레이 달리오의 원칙 - 일과 삶의 성공을 위한 나만의 원칙 만들기
레이 달리오 지음, 조용빈 옮김 / 한빛비즈 / 202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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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 달리오의 원칙

Principles, your guided journal

: 레이 달리오(Ray Dalio) : 조용빈

출판사: 한빛비즈㈜ 출판일: 2022 1125

 

미국의 유명한 투자자이자 헤지펀드 매니저인 레이 달리오가 쓴 책이다. 레이 달리오는 자신만의 투자철학을 통해서 성공했는데 이는 여러 복합적인 요인들이 상호작용을 하면서 일종의 사이클을 형성하며, 이를 통해서 성공적인 투자전략을 세울 수 있다는 것이다. 그가 세운 브리지워터 어소시에이츠(Bridgewater Associates)는 막대한 수익을 올렸으며, 그는 2022년에 은퇴했다.

 

그가 이렇게 성공적인 삶을 살았던 것은 어떠한 이유가 있었던 것일까? 그가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 지를 알고 있었던 수많은 세속의 철학자와 같은 통찰력을 가지고 있었던 것인가? 그가 서문에서 밝혔듯이 원인과 결과는 장기간에 걸쳐서 반복되는 경향이 있다. 세상을 움직이는 거시적인 움직임을 몇 가지 요소로 하여 대략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할 것이다.

 

현대사회의 중요한 요인이라고 한다면, 아무래도 신용(credit), 지정학, 인구와 같은 것을 들 수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러한 움직임을 장기간 추적한다면, 완전히 똑같지는 않지만 비슷한 추세를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오종태의 복잡계 세상에서의 투자가 기억났다. 현대는 변화의 상시화 시대라고 할 수 있으므로 이전과 같이 어떤 전형적인 성공의 법칙을 말하기는 쉽지 않으며, 순환주기 상의 지금이 어디인가를 아는 것이 그다지 중요하지 않다고 말한다.

 

여러 복잡한 요인들이 세상을 움직이고 있고, 따라서 단순하게 세상을 바라보는 것으로는 통찰력을 얻을 수 없다는 것은 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과거에서의 교훈을 통해서 그리고 세상을 움직이는 거시적인 요인 몇 가지를 이해한다면, 전체적인 세상의 흐름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깊은 통찰력을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투자일 수도 있고, 아니면 세상이 변하는 과정에서 무엇인가 삶의 방향을 정하는 것도 될 수 있다.

 

레이 달리오에게도 경제 사이클, 원인과 결과의 장기적인 관계를 인식했더라도 순간순간에는 많은 갈등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그 자신이 밝혔듯이 자신만의 원칙을 수립하고 그것을 세상을 보는 프레임으로 삼았기 때문에 흔들리지 않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한 원칙이 내 삶의 모든 것을 해결하는 만병통치약은 아니더라도 삶을 단단하게 살아가게 하는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은 확실하다.

 

이 책은 저자가 말했듯이 여백이 많다. 레이 달리오는 책을 읽는 사람으로 하여금 그 여백을 채우며, 자기 자신에 대해서 되돌아보고 스스로 자신만의 원칙을 만들 수 있도록 돕기 위해서 이렇게 책을 출간했다. 나도 책을 읽다가 그가 물은 질문에 답하기도 하고, 여백에 글을 쓰기도 하면서 생각해보았다. 내 인생의 원칙은 어떤 것이며, 앞으로 삶을 살아가는데 있어서 이러한 원칙은 어떤 힘을 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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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한 이솝우화 - 삶의 자극제가 되는
최강록 지음 / 원앤원북스 / 2022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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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자극제가 되는

발칙한 이솝우화

: 최강록

출판사: 원앤원북스 출판일: 20221220

 

정신건강의학과 의사인 최강록이 정식의학신문에 연재한 칼럼을 모아서 책으로 출간했다. 오늘날 현대인은 위태로운 길을 가고 있는 것만 같다. 삶은 각박하고, 기댈 곳은 없는 것 같다. 정상적으로 보이지만, 우리의 정신건강은 위협받고 있다. 특히나 한국인은 전 세계적으로도 유례가 없을 정도의 사회적 경쟁에 내몰려 있다. 생존을 위해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분투하니, 마음이 제대로 일 리가 없다. 코로나로 인한 격리와 봉쇄는 더욱 사람들의 마음을 황폐하게 만들었다. 마음 속에 차곡차곡 쌓인 이러한 불만, 분노가 어느 계기가 되어 갑자기 폭발하기도 한다.

 

근대 이전, 사람들은 자신의 정체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자신이 태어난 고향에서 살다가 죽었다. 대개는 해야 할 일이 정해져 있었고, 결혼도 집안이 정해준 대로 하거나 아니면 지역 공동체 내에서 했다. 무엇인가 불안한 일이 있을 때는 그저 신에게 의지하면 되었다. 의심할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현대의 우리는 더 이상 자신을 신이나 이념에 의지하지 않는다. 근대 이후, 개인으로의 자각은 이전의 족쇄에서 자유를 얻게 할 수 있었지만, 그 자유를 어떻게 제대로 누릴 것인가에 대한 답은 긴 사유가 필요한 일이었다. 그래서 사람들이 자주 신경증을 호소하며 마음이 황폐해지는 것인지 모른다.

 

최강록은 고전의 힘을 이야기한다. 고대인이 했던 고민의 단편과 흔적을 찾아가다 보면, 현대인과 다를 바 없다는 것에 적지 않게 놀란다. 고전이 아직까지 남아서 전해진다는 것은 어쩌면 시대를 관통한 인간이라는 존재의 근원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저자는 이솝우화를 꺼내 들었다. 사실, 이솝우화를 한번이라도 읽지 않거나 혹은 들어보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우리가 흔히 우리나라에서 유래했다고 생각하는 산신령과 도끼이야기도 이솝우화를 우리 식으로 변형한 것이다.

 

고전은 들어본 적은 있지만, 읽은 사람은 없다고 했던가? 이솝우화를 실제로 읽은 기억이 없기는 하다. 사실 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이 책의 저자가 고대 그리스의 아이스포스라는 것도 여기서 알 정도였다. 하지만, 각 챕터마다 소개되는 이솝우화의 이야기는 단편적으로 들어보거나 읽어봤던 것이었다. 저자는 이러한 익숙한 이야기를 하나씩 꺼내며, 우화의 이면에 담긴 의미를 정신건강의 측면에서 친절하게 안내해준다.

 

우화를 읽으면서, 근래에 내 상황에 대입해서 생각해보았다. 사회생활은 항상 여러 가지 측면을 고려해야 되며, 여러 가지 사건으로 인한 교훈을 잘 생각해서 처신해야 한다. 사유해야 한다. 책을 읽으며 저자의 이 글이 기억에 남았다. ‘산다는 건 생각하는 겁니다. 합리적이고 객관적으로 제대로 생각할 줄 알아야 바르게 살아갈 있습니다.’ 그것은 저자의 말처럼 자기기만에 빠지지 않는 길도 되겠지만, 생각하는 힘을 통해서 우리에게 주어진 자유를 제대로 이해할 수 있는 것이 될 것이다.

 

이 책을 한번 읽어 보길 권한다. 이솝우화 자체도 생각할 거리를 많이 주지만, 이를 통해서 저자의 생각을 읽어보고 공감해보는 것이 나쁘지 않다. 그와의 짧지만 의미 있는 동행을 권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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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 수학은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류쉐펑 지음, 이서연 옮김, 김지혜 감수 / 미디어숲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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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잡한 세상을 이기는 수학의 힘

수학은 어떻게 삶의 문제를 해결하는가?

: 류쉐펑 역: 이서연 감수: 김지혜

출판사: 미디어숲 출판일: 2023120

 

학창시설을 돌이켜보면 요즘 말로 나는 열명 수포자였다. 일치감치 고등학교에 진학하면 문과로 갈 생각이었고, 전공도 역사학을 선택했다. 수학은 그다지 나와는 맞지 않고, 관심도 없었다. 역사학을 공부하기는 했지만, 평생 학문을 할 생각도 없었고 취직해서 사회생활을 해야 된다고 마음먹었다. 사실 직장생활에서는 단순한 사칙연산만 잘해도 충분했다. 숫자를 다루는 부서에서 일을 하지 않았으니, 간단한 산수만 하더라도 충분했다.

 

그러나 시간이 흘러서 관리자가 되면서 나는 수학적 사고를 하지 못하는 것이 얼마나 우회되는지 모른다. 기본적인 회계지식에 대한 것도 숫자감각, 신규사업을 기획함에 있어서 필요한 여러가지 감각 중에서 단연 필요한 것은 숫자감각이다. 직장생활을 오래했으니, 대략적인 감을 잡고 있다. 그렇지만 그것을 숫자로 표현하는 것, 양적으로 풀어가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 일이다. 게다가 늦게 시작한 공부에서는 통계로 인해서 다시 한번 좌절했다.

 

오늘날 세상은 크게 변화하고 있다. 인공지능, 메타버스,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까지 새로운 물결이 주변을 휩쓸고 있다. 학생들에게는 코딩이 인기다. 말하자면 더욱 수학적 사고방식이 필요한 시대가 된 것이다. 그렇지만, 안타깝게도 나는 여전히 수학을 잘 모르며, 이미 굳어진 내 머리는 작동을 잘 하지 않는다. 얼마 전에 읽었던 쉽게 쓴 미적분 책도 사실 머리를 싸매고 읽었다. 읽고 난 뒤라고 하더라도, 내가 책 내용을 제대로 이해했는지를 의심스러웠다.

 

류쉐펑 교수가 쓴 이 책은 수학적 사고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보여준다. 그는 책을 통해서 수학적 사고방식을 통해서 삶의 통찰력까지 얻을 수 있음을 알려준다. , 단순히 문제를 풀고 답을 내는 것이 아니라 그 과정에서 우리가 다양한 사유와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여러가지 문제에 부딪친다. 그런 과정에서 수학적 사고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 논리적 구조를 통해서 쉽게 접근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저자는 양극단의 세계관, 즉 지나친 낙관론과 숙명론은 현실에 맞지 않다고 말한다. 중간에 해당하는 활률적 세계관이 실제와 가깝다. 그는 이러한 세계관은 두 가지를 알려준다고 한다. 먼저 일의 최종결과가 발생하기 전까지는 확률에 불과하며 우리는 최종결과를 단정할 수 없다. 또한 비록 최종결과를 단정할 수 없지만, 결과가 발생할 확률은 바꿀 수 있다고 한다. 그래서 이러한 세계관을 가지면, 침착하게 현실을 받아들이고 노력을 통해서 확률을 바꿔야 한다는 인생관을 가지게 된다고 한다.

 

수학으로 세상을 이해할 수 있는 프레임을 가지게 된다면, 큰 도움이 될 것이다. 수학을 본격적으로 공부하기가 어렵다고 한다면, 류쉐펑의 책처럼 보다 친근하게 그 길을 인도하는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보는 것도 나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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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황유나 지음 / 리드리드출판(한국능률협회) / 2023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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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애써온 자신을 위한 19가지 공감과 위로

내일, 내가 다시 좋아지고 싶어

: 황유나

출판사: 리드리드출판 출판일: 202315

 

눈 오는 날, 나는 황유나 작가의 에세이를 조용히 읽었다. 그가 이 책에서 담담하게 쓴 글들을 읽으니 여러가지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사람마도 조금은 다르더라도 비슷한 경험을 하지 않을까 싶었다. 누구나 살아가면 겪을 수 있는 일들. 문득 다른 사람들은 자신의 글을 잘 가고 있는데, 혼자서만 뒤처진 것 같은 느낌이 들 때도 있다. 왜 일은 잘 안되는 걸까? 나의 인간관계는 순탄하지 않을까? 모처럼 투자를 했는데 왜 손실이 날까? 간혹 심오하게는 나란 존재에 대해서도 의문을 가진다.

 

이러한 질문들과 고민은 우리가 얻은 자유 때문일 것이다. 근대 이전, 우리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서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사람들은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대부분 죽을 때까지 살았다. 죽음은 너무나 가까워서, 누군가 죽는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지금처럼 나에게는 일어나지 않을 것만 같은 일은 아니었다. 대개는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해야 될 일이 정해져 있었다. 내가 살고 있는 공동체가 나라는 사람에 대해서 전부 설명하고 있었다. 물론, 현대인은 이런 삶을 전혀 상상하지 못하며, 이를 억지로 상상해보려고 해도 숨막히는 느낌만 들 수 있다.

 

가라타니 고진은 근대를 개인의 발견이라고 말했다. 근대를 지나면서 우리는 비로써 신과 이념에서 벗어나 자기 자신의 의지대로 자유를 추구할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그것이 항상 확고하게 잘 되지는 않는다. 우리는 여전히 여러 내외적인 갈등에 시달리며, 갈팡질팡하기도 한다. 신을 믿지 않는 무신론자이면서도 점집에 가서 미래를 물어보는 사람들의 심리는 아마도 누군가에게 괜찮다는 위로를 받고 싶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냉정한 자본주의 사회에서 개인은 자유를 얻었지만, 연약하다. 누구나 확고한 신념과 자아 정체성을 가질 수는 없다.

 

황유나 작가가 13년간 마케터 생활을 하면서 여러 회사를 다니며 경험한 일들은 우리가 얼마나 연약한 지를 보여주는 것 같다. 회사생활은 여러 면에서 사람들을 지치게 만든다. 계속되는 스트레스와 압박은 사람들을 때로는 극한까지 몰아 부치는 것 같다. 그가 목격한 이웃의 자살은 그저 잘 알지 못하고 관심이 없는 타인의 일이다. 그리고 깨닫는다. 결국, 우리는 보호받지 못하고 관심 받지 못하는 그저 배경일 뿐이다. 결국, 인간관계에 대해서도 일에 대해서 냉소적인 반응을 유지하는 것이 최선의 길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냉소를 보내는 대신에 다른 길을 찾을 수 있다. 남과 비교하며 시기하고 자책하는 대신에 우리는 어제의 나보다 나은 오늘의 나를 꿈꿀 수 있다. 그리고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이라도 긍정할 만한 일이 있을 것이라고 믿을 수 있다. 또한 관점을 조금 바꾼다면, 세상을 휠씬 다른 눈으로 볼 수 있다. 황유나 작가가 마지막에 보낸 글이 특히 마음에 들었다. 누구나 자신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고. 그래서 당신과 나의 만남은 우주와 우주의 만남이라는 것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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