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고양이 1~2 세트- 전2권 고양이 시리즈
베르나르 베르베르 지음, 전미연 옮김 / 열린책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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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르베르의 책은 정말 완전 오랜만이다.
20살 때쯤 읽기 시작하다가 <나무>
이후로 상당히 오랫동안 읽지 않았다.

 

식상해서도 아니고 그냥 자연스럽게
멀어졌던 것 같다. 그리고 한번 손을 놓으니
어디서부터 어떻게 읽어야 될지 막막해서
읽지 않았다. 어느 날 신작 <고양이>
서평단을 모집한다는 글을 읽고 오랜만에
그의 글에 빠져보고 싶어서 신청을 했다.
당첨돼서 오기전까지 얼마나 설레던지...


나는 베르베르의 책 중 <타나토노트>와
<천사들의 제국>, 그리고 <아버지들의
아버지>를 재밌게 읽었다.

 

일곱 살 때부터 소설을 썼다고 하던데
천재는 뭔가 달라도 다르다는 생각이 든다.
감히 생각하지도 못한 전개와  상상해 본 적
없는 소재로 우리를 항상 놀래킨다.

 

어느 한쪽에서는 베르베르가 비슷한
글만 써와서 식상하다는 말도 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부터 지지부진한다는
평가까지 듣고 있다. 나는 반대로 생각한다.
자신의 개성을 담아 지금까지 꾸준히
책을 낸 작가가 어디 흔한가 싶고, 아직도
우리에게 들려줄 이야기가 많다는 게
감사할 따름이다.

 

이 책의 주인공은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고양이이다. '바스테트'는 여러 종과
대화(소통)이 가능하다고 믿는 호기심 많은
암컷고양이이다. 자신의 집사인 '나탈리'와
 끊임없이 대화하기 위해 애써보지만
'나탈리'에게 그녀는 그냥 귀여운 애완묘일
뿐이다. '바스테트'는 그녀의 일거수일투족을
 이해하고 싶어 하고, 인간은 자신을 받드는
 존재라 생각한다. 인간 = 집사

 

상당히 자기 주체적 성격을 가진 '바스테트'는
언젠가는 말이 통할 거라는 생각으로 만나는
모든 종에게 대화를 시도하지만 번번이
실패로 돌아가고 만다. 그러던 어느 날
 옆집으로 한 이웃이 이사를 오게 되고 이마에
USB가 박혀있는 특이한 수컷 샴고양이를
만나게 된다. 그의 이름은 '피타고라스'.

 

처음 그를 만났을 때 그녀는 다른 고양이들과
다른 그의 모습에 빠져들지만 '피타고라스'는
그녀를 계속 무시한다. 하지만 그들이 살고
있는 파리와 세계 곳곳에서 테러가 일상화되고
전쟁이 일어날 듯한 위기감 속에서 함께
지내게 되면서 '피타고라스'의 능력과
비밀에 대해 알게 된다.

 

'피타고라스'는 '바스테트'에게 자신은
제3의 눈을 가지고 있으며 그래서 인간에
대한 모든 정보를 알고 있다고 한다.
그녀에게 인간의 역사, 그 속에서 고양이인
자신들의 역사를 알려준다.

 

'바스테트'는 소통의 꿈을 계속 품은 채
꿈속에서 이를 형상화하고, 지식을 습득
하고 사고하여 지적인 존재로 발전해간다.

전쟁과 테러가 점점 심해지던 어느 날
쥐들로 인한 페스트까지 만연하면서
인간과 고양이 모두 위협을 받게 된다.
흩어진 동족들과 인간을 찾아 '바스테트'
와 '피타고라스'는 모험을 시작한다.

 

예전에 남자친구와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었다. 멀지 않은 미래에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부속품처럼 갈아끼울 수 있게 될 것 같고
더 이상 겉모습은 장식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게 될 것이라고.

 

그 순간 공각기동대가 생각이 나서
마지막엔 인간들도 어떤 형태로 존재하기
보다 정보 그 자체로 인터넷 세계를
떠돌면서 지식을 확장하고 존재하는 게
더 큰 의미를 가질 거라고.

 

고양이가 주인공인 베르베르의 <고양이>도
넓게 보면 비슷한 생각이 아니었나 싶다.
'바스테트'는 종과의 대화를 넘어
영혼(정신)의 대화를 꿈꾸며
끊임없이 지적 영역을 확장한다.

 

'바스테트'의 관점에서 이야기가
진행되는 것이 상당히 흥미롭고
고양이의 눈으로 본 인간들의 세상은
재미있기까지 하다. 그녀는 소통을
중요시하지만 '피타고라스'와 [정보]를
만나기 전까지 호기심 많고 욕구에 충실한
[동물]일 뿐이었다. 사고를 가지게 되고,
소통을 하며 다른 존재로 거듭나는 것이
'바스테트'의 성장일기를 보는 것 같다.

 

정보와 지식을 습득하기만 해서는
그저 아는 것이 많은 존재밖에
되지 않지만, 끊임없이 사고하고
호기심을 가지고 행동하면
지금보다 더 나은 존재가 될 수 있다.

 

책은 두 권이지만 크기가 작은 덕에
빨리 읽히는 게 아쉬울 정도였다.


<개미>와 비교될 것도 같은데 사실 너무
오래전에 읽어 기억이 나지 않는다.

상당한 충격을 줬던 소설만큼은
아니지만 나는 재미있게 읽었고
주인공들이 변해가는 과정이 흥미로웠다.

 

고양이를 키우고 있는 집사님들
혹은 고양이를 좋아하는 분들이
읽는다면 재미가 두 배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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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 p.12

그때부터 나는 확신했다.
살아있는 것은 모두 영혼이 있다.
영혼을 가진 것은 모두 소통이
가능하다. 소통하는 것은 모두
나와 직접 대화할 수 있다.

 

 

1권 p.91

새로운 지식은 나를 불안하게
만들기보다는 안도감을 주는 것 같다.
이제 내가 누군지, 내가 어떻게 생겼는지,
내가 어디에 사는지, 내 주변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더 잘 알게 됐으니까.

배움은 최고의 특권이 아닐까.
무지한 채 살아가는 존재들이
안타깝고 불쌍할 뿐이다.

 

 

2권 p.178

그동안 깨달은 게 있다면 뭔가를
소유하려는 욕망이야말로 모든 갈등과
분쟁의 원인이라는 사실이다. 배우자를
소유하고, 땅을 소유하고, 인간 집사를
소유하고, 음식을 소유하고, 자기 자식을
소유하려는 욕망 말이다. 누구도 타인의
소유가 될 수 없다. 존재는 물건과 다르니까.

 

 

2권 작가의 말

추신. 마지막으로 아주 간단한 질문을
하나 드리겠습니다. 만약 여러분보다
덩치가 다섯 배는 크고 소통도 불가능한
존재가 여러분을 마음대로 다룬다면,
문 손잡이가 닿지 않는 방에 여러분을
가두고 재료를 알 수도 없는 음식을
기분 내키는 대로 준다면, 어떤 심정일까요?
(곰곰이 생각해 보니까 아이들 처지도
이와 비슷한데, 기간이 짧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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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랑이의 눈 창비청소년문학 84
주디 블룸 지음, 안신혜 옮김 / 창비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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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 이 책을 봤을 때는
책 표지가 이쁘고, 어떻게 보면
만만해서(?) 읽어보고 싶었다.

책 소개를 읽어보니 미국 청소년 문학의 고전
이라고 해서 놀랐다. 고전문학이라고 하기에는
더욱더 신선한 표지인 것 같았으니까.

 


이 책은 정말 재미있다.
청소년들이 꼭 읽어봤으면 좋겠다.
우리나라와 다른 환경이어서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있을지도 모르지만 상당히
쉽게 쓰여 있고, 몰입감이 상당하다.

나는 책을 펼치고 이틀도 걸리지 않아서
읽어 내린 것 같다.

읽는 내내 영화화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는데 작가인 주디 블룸의 작가의
말에 보면 아들과 이 소설을 영화로
만들었다고 적혀있다. 찾아봤더니
정말 영화화되었다.
기회가 되고 볼 수 있다면 꼭 보고 싶다.

 


이 책은 주인공 데이비가 강도의 총격으로
갑작스럽게 아빠를 잃게 되면서 시작된다.

 

슬픔과 무서움, 두려움이 계속되며
데이비는 학교생활이 힘들어지고,
사람들을 만날 때마다 자신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과호흡까지 일어난다.

그녀의 나이 겨우 15살, 우리나라로 치면
마의 중2이다. 정신과 상담을 받고
환경을 바꿔보라는 말에 엄마와 데이비
그리고 남동생 제이슨은 고모와 고모부가
살고 있는 로스앨러모스로 가게 된다.

 

로스앨러모스는
핵폭탄이 처음 만들어진 곳이며,
지금도 최첨단 무기 연구가 이루어
지는 곳이다. 하지만 그에 비해 아이러니하게
고모와 고모부는 안전, 또 안전을 강요한다.

 

얼마 있지 않아 혼자만의 시간을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간 협곡에서
본인을 '울프'라고 소개하는 한 소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런 '울프'에게
데이비는 자신을 '타이거'라고 소개한다.

 

작가인 주디 블룸은 글 속에서
주인공인 데이비를 억압하지도,
그렇다고 힘을 내라고 억지로
등을 떠밀지도 않는다.

가만히 그녀가 견뎌낼 수 있도록
묵묵히 지켜보며 치유의 과정을
따뜻하게 그려나가고 있다.

상실의 고통을 겪기에 데이비는
아직 어리다. 하지만 누구나 살아가며
상실의 고통과 그 뒤에 따르는 두려움을
겪으며 살아간다. 슬픔은 나이를 가려가며
찾아오지는 않으니까.

 

데이비는  서서히 마음을 열고,
울프와의 대화로 그리고 심리상담도 받으며
자신의 힘으로 상처를 극복하고 앞으로
나아가기로 마음먹는다.

 

나는 데이비의 마음도,
데이비 엄마의 마음도,
고모와 고모부의 마음도 알 것 같았다.

무조건 안전, 공부, 교육을 외치는
고모와 고모부 그리고 그들 말이 맞다고
이것이 올바른 삶이라고 동요되어가는
엄마가 데이비는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인생에 정답은 없다.
어리다고 인생이 가벼운 것은 아니고,
나이가 많다고 모든 인생을 아는 것은 아니다.

 


우리가 사는 삶은 어떨까
나는 데이비의 나이에 죽음이라는 것을
내 주변에서 겪어보지 못했다.

20대에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셨는데 그렇게 왕래가 많지 않았던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발인하는 날
부산에 눈이 내렸는데 무엇이 슬프고
억울한지 집에 혼자 남아 아련한 마음을
붙들고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있다.

생각해보면 그때 엄마는 자신의


아버지를 잃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오빠와 남동생까지 잃었었다. 지금도 사실
그때 엄마의 마음을 감히 가늠하지 못하겠다.

 

그럼에도 우리는 앞으로 나아간다.

웃음을, 슬픔을, 아픔을,
고통의 과거를 모두 다
껴안고 앞으로 나아간다.

 

데이비도 그랬다. 아빠를 잊는다는
뜻이 아니라, 다시는 생각을 하지 않겠다는
뜻이 아니라 아픔의 순간 위로 좋았던
순간들만 기억하며 살아가기로 한다.

나는 그녀의 마지막 말처럼 우리 모두
인생이라는 멋진 모험을 향해 주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를 극복하는 것을
무서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정된 삶이 나쁘다는 것이 결코 아니다.
 스스로가 안정된 삶이 목표라면
나는 그런 삶도 멋지다고 생각하고 응원한다.

다만 스스로를 속이고 있다면...?
한 번쯤 그 두려움 속에서 벗어나 멋진
모험을 떠나보았으면 좋겠다. 인생은 짧고
우리는 모두 언젠가 사라진다. 그 인생에
무엇을 담을지는 우리가 결정하는 것이다.

 

언제 죽을지 결정은 못해도
어떻게 살지 정도는 우리가 정해볼 수
있으니까. <호랑이의 눈> 이 책을
읽는 내내 즐거웠고, 슬펐다.

 

호랑이의 눈을 가진 나의 데이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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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23

" 애덤은 늘 꿈꾸는 사람이었으니까."
" 맞아요. 저도 그래서 그이를 사랑했어요."

엄마가 대답했다.

하지만 나는 우리가 모두 꿈꾸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꿈이 없다면 뭐가 남겠는가?

 

 

 

 


p.154

제이슨이 대꾸하며 결국 울음을 터뜨렸다.
내가 왜 그랬는지 모르겠다. 왜 게임을
망쳐버리고 우리가 함께 보낼 밤을 망쳐
버렸는지. 그냥 아빠 얘기를 하고 싶었다.
아빠를 아는 사람이랑. 나처럼 아빠를
사랑하던 사람이랑.

 

 

p.226


우리는 모두 각자의 두려움에 맞서야 하고,
두려움에 직면해야 한다.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험을 할 것인가,
두려움에 갇힐 것인가.

 

p.289


그동안 내가 얼마나 많이 변했는지
두 사람은 알아챌까? 두 사람도 변했을까?
내일이면 알게 될 거다. 어쩌면 끝내 모를 수도
있다. 어떤 변화는 내면 아주 깊은 곳에서 일어나기도
하니까. 그런 변화는 자기 자신만 알 수 있다.
어쩌면 진짜 변화란 그런 것인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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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
주우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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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벤치는
나무 모양을 딴 벤치로 등받이도,

어떤 것도 없는 그냥 벤치였다.


20대 때는 주로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친구를 기다리거나, 짐이 많으면 정리를

하는 곳이었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생각보다

벤치에 앉아있을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여행을 가서 다리가 아플 때,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을 때, 주변 풍경을

둘러볼 때아니고서는 말이다.


40대가 되면 또 달라질 테고,

내가 지금의 엄마 나이가 되면 또

달라지겠지... 우리 엄마는 벤치를

아주 사랑하신다. 앉아서 꽃구경,

사람 구경, 나무 구경하며 흘러가는

시간이 좋다고 하신다.

 

 

 

어쨌든 이 책은 벤치에 앉아서 쉬며,

또 명상하며 나누는 이야기이다.


명상이라고 하니 왠지 가부좌를

틀고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에

해야 될 것 같지만 마음속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바쁜 생활 속 이것저것 생각(명상)

하며 나에게 쉼표를 주자는 게

작가님의 생각이신 것 같고,


작가님의 생각을 에세이로

간략하게 써 내려가고 에세이 끝에

약간의 시를 곁들이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쉼표도 많은 사람이지만

물음표도 쩜쩜쩜도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 끝이 안 나서 힘들 때가 많은데

벤치에 앉아 하나하나 읽어내려간다

생각하며 읽었다.


그렇구나 끄덕여지는 글도 있었고,

잘 모르겠는데 했던 순간도 있었다.

글 쓰신 분의 연령대와 나의 연령대가

맞지 않음을 감지하고는 있었지만


중간중간 읽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작가님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었다면 쓰지 않았을 글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어 좀 불편했다.


20세기에서 100년이 지나 21세기가

되었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수의 기세가>라는 글을 보면


그래도 시어머니에게 맞대드는

며느리는 아니지요.

남편 두고 늦게 술 마시고 들어와서야,

애들과 밥 차려 먹으라고 해서야,

덜거덕하면 가출해서야,

물론 남편도 잘 해야지요. 하지만,

앞장서는 아내의 옛 미덕이 아쉽네요.


라고 적혀있다.


네? 남편은 손 없어서 밥 못 해먹는 건지...

애들 밥 좀 차려주면 안 되는 건지...


 이 글의 내용이 1900년대의 어머니상(?)

아내상(?)을 그리워하는 글이라 불편했다.

뭐 예민 보스 + 프로불편러여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아직 철이 없고, 인생사 연륜이

별로 없는 30대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글을 읽은 뒤로 마음속 명상이

와장창 깨어지고 나와는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 권해주셨는데 이런

서평으로 보답해서 죄송하지만

느낀 점은 솔직하게 쓰고 싶으니까 쓴다.


누구나 생각은 하며 살아간다. 작가님 말씀

처럼 다만 무엇을 생각하며 사느냐의

문제겠지만...


나의 삶, 나의 쉼표를 찾고 명상을 하는

시간만큼 읽는 사람도, 타인을 배려하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쉼표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쉼표, 그리고 그 속에

남을 위한 작은 쉼표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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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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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 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 채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이곳에서 우린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지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제목을
가장 보통의 존재라고 쓴 이유는
언니네 이발관의 이 노래가
책을 읽는 내내 생각났기 때문이다.

 

 

 

<리의 별>은
한 노인과 영상 전화로 체스를 두는
'리'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한때는 패기 넘치는 젊은 사업가였던
기무라 다로는 몇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이제는 점점 멀어지는
자식들과 손자들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는 고독한 노인이다.

 

다음 챕터에서 나오는
도리스 브라운은 지금으로 따지자면
TM 일을 하는 여성이다.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그 결과 폭식증으로 거구의 몸이 되었으며
통신판매를 하다 '리'와 통화하게 된다.

 

호세 로드리게스는 교도소 수감자로
15년 만에 자신의 아들 마리오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마리오가 '플랜 A'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을 찾아 '플랜 A'로
떠나게 된다. '리'는 로드리게스가 수감 시절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교도관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리'는
'플랜 A'라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행성에 15년째 홀로 갇혀 지내는 인물이다.

 

한때는 잘 나가는 유원지로
돈을 끌어모았던 '플랜 A'는 누군가의 음모와
'플랜 B'라는 행성의 출연으로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서 무인 행성이 되었다.

 

무인 행성의 대관람차 안에서
그 누구보다 고독한 '리'는
각 챕터의 주인공인 5명과 통화를
하게 되며 그들의 쓸쓸한 삶과 자신의
고독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한다. 


이 책은 제4회 황산벌 청년 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단(김인숙, 이기호,
류보선)은 "21세기형 이야기꾼의 탄생!
<리의 별>은 한국 소설의 철저한 이종 혹은
 돌연변이라 할 만큼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면서 <플랜 A>라는 지구 밖 행성에서 ‘리’가
혼자 남게 되는 과정, 플랜 A의 흥망성쇠
과정을 통해 인간 특유의 물신성과 자기만을
배려하는 탐욕이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얼마나 참혹하게 고독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라고 평했다.

 

나는 읽기에 다소 난해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 능력이 그것밖에 안돼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으며

작가님은 한 문장을 상당히 긴 호흡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고 가지만
그 호흡이 계속해서 길어지다 보니
글이 전체적으로 지루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였지만 ~라는 뜻은 아니었다'라는
글을 반복해서 사용하는데 그거에 한번
집중되니 나중에는 조금만 반복되어도
신경이 쓰여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과 등장인물들의 구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리'라는 말이 주는
어감도 신비스럽지 않은가.

 

이 소설은 고독에 관한 소설이다.
나는 가끔 고독하다고, 인생은 고독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고독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럼 30여 년을 아무도 없는
행성의 대관람차 안에서 보낸다면...

그것은 과연 고독일까 공포일까,
외로움일까, 두려움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치밀하게 짜여있는지
느낄 수 있다. 나는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 많은 한국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각기 다른 단편처럼 나왔던 글들이 서로
이어지는 한국소설은 거의 읽어 보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다국적에 배경은 SF 지만
SF스럽지 않은 소설로 말이다.

 

그 점에서 작가님이 얼마나 신경 써
작품을 구상하고 연계시켰는지 알 것 같다.


좀 더 이해하기 쉬웠거나,
내가 수준이 좀 더 높았다면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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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p11

 

 

 

망각은 폭력적이었고 폭력에는 질서가 없었다.
기억은 종이배처럼 잠깐 물 위에 떠 있다
무겁게 젖은 다음 흔적도 없이 가라앉았다.
대개는 그런 줄도 몰랐고 그게 편했다.
다시 채워 넣을 수 없다면 그 편이 나았다.

 

 

 

 

작가의 말 p235

 

 

사람은 고독하게 태어나서 고독하게 살고
때로는 고독하게 사랑하다 결국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 같습니다. 고독은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견뎌야 하는 것이며 우리에게는
얼마나 잘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석이 고독을
견뎌나가는 당신의 분투에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길 순 없지만
죽을 때까지 잘 견디면 진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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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내다보면 아파트의 불빛이
꼭 멀리 떨어진 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도 사실 '리'처럼 자기만의 행성에서
고독하게 이 밤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가끔 내가 차가운 달에 혼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무의 공간들을 보고 있는듯한
고독함을 느낄 때가 있다. <리의 별> 속
'리'도 그런 기분이었을까? 우린 모두
자기만의 행성에 살아가는 보통의 존재고,
고독한 존재가 아닌지...

 

괜히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고독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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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하기의 기술 - 매일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그랜트 스나이더 지음, 공경희 옮김 / 윌북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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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아이디어가 필요해? 생각하기의 기술 / 그랜트 스나이더


나는 아주 오랫동안은 아니지만
직업의 대부분을 아이디어가
필요한 곳에서 일을 했다.

 

아이디어라면 나도 좀 내는데
라고 객기 어리게 입사해서
도대체 왜 내 아이디어를
알아주지 않느냐며 투덜댔고

더 이상 아이디어가 샘솟지 않아서,
그리고 내 아이디어를
이런 곳에 쓰고 싶지 않아서
퇴사를 했다.

 

그냥 그랬다.
나처럼 前 디자이너가 아니어도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는
사실 아이디어가 필요하잖아?

 

 


 

처음에 막연하게 <생각하기의 기술>
이라고 해서 사고하는 법, 아이디어 내는
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다.

 

좀 딱딱한 책일 줄 알고
멀리하다가 그래도 좀 궁금해서
책 속을 얼핏 봤는데... 만화다.

발을 동동 구르며 좋아했다.


이렇게 컬러풀하게 그려지고,
생각이 많은 책 만세! (발 동동)

 

이 책의 발 동동 구르게 좋은 점
또 하나는 컷 만화마다 위에 제목이 있는데
제목의 폰트와 표현방식이 모두
다르다는 점이다. 깨알 같은 이 점이
나는 너무 좋아서 제목만 따로 보기도 했다.

 

어쩜 내용에 맞게 제목까지
같은 느낌으로 느낌 맞춤할 수 있지?


작가는 낮에는 치과 의사, 밤에는
일러스트레이터로 <뉴욕 타임스>에 만화를
연재하면서 세상에 알려졌다고 한다.

 

그랜트 스나이더라는 분으로 2013년
'최고의 미국 만화'에 선정되었고
바로 이 책 <생각하기의 기술>로
베스트 작가의 반열에 올랐다고 한다.

 

삶은 불안정하지만 예술을 향한
용기를 북돋는 사람이 되길 바란다고 적혀
있으며 표지를 넘기면 이런 말이 적혀있다.

" 이 책을 안나, 트렌트, 로건에게 바칩니다.
너희 아이디어가 미래를 만드니,
크레용이 부족해지는 일이 없기를."

 

마음속으로 박수를 짝짝짝
치면서 페이지를 넘기기 시작했다.

 

책 내용 중 <내가 좋아하는 것들>에 보면
작가가 좋아하는 것들에 대해 나와있다.

 

아침에 내리는 비, 존 콜트레인, 무선 노트,
앉아서 무언가를 보는 시간, 무료 리필 커피,
세 번째 잔, 단풍 드는 나무들... 이렇게
쭉 나열되어 있는데 마치 드라마  <마더>에서
윤복이가 슬픔과 아픔을 참기 위해 적어둔
단어장이 생각나서 살짝 마음이 저릿했다.

 

나도 내가 좋아하는 것들을 이렇게
한군데 모아 나열해보고 싶다.

 

생각을 이렇게 자유롭게,
반짝반짝하게, 그림으로 나타낼 수 있다니
읽는 내내 너무 부럽고 질투가 난다.

아이디어를 위한 책일 뿐 아니라


마음마저 힐링이 되고
읽고 나면 기분이 좋아지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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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디어를 얻는 방법 p23

 

 

 

맞는 곳을 파고 들어가면 표면 위로 솟아
오를 것이다 / 낯선 두 가지 것들이 합쳐져서
생산되기도 한다 / 자는 동안 포착할 수
있지만, 운이 좋아야 알아차릴 수 있다 /
함정을 설치한 뒤 참고 기다리면, 큰 것이
걸리기도 한다 / 어떤 것은 절망에 빠진 순간
에 나타나기도 하고 대부분의 경우, 찾는 일을
 그만두어야 비로소 당신에게 다가올 것이다.

 

 

 

야망의 본질 p52

 

 

운이 좋다면, 당신은 자신이 좋아하는 일이
무엇인지 찾아낼 것이다. 다른 사람들도
그것을 알아차릴 거고, 당신은 실력을
키우려고 애쓸 것이다. 그 일이 당신을
규정하게 될 것이고 결국, 능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다.

하지만 역풍을 만날지도 모른다.
내적 혼돈에 휘말릴 때도 있을 것이다.
격렬한 경쟁과, 자기 회의감에도 빠지겠지.
능력자가 되려고 분투할수록, 당신의 일은 더
커지고! 빨라지고! 이질적이 되고! 결국
당신은 통제력을 잃고 말 것이다.
그리고 남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것이다.

맨 처음에 사랑했던 것을 제외하면 말이다.

 

 

 

좋은 아침 p87

 

 

 

빗줄기가
지붕과 창문을 때리는 소리는
우주가 보내는 박수

 

늦잠자길 잘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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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생각하기에 아이디어는
어떤 '특별한 것'이 아니라
사실은 '간발의 차' 다.

 

이 간발의 차가 인생을 살아가면서도
엄청나게 중요한데 아이디어를 낼 때도
똑같이 작용한다.

 

정말 작은 다름 하나가,
진짜 세밀한 사실 하나가
아이디어가 되고 그것이 좋은 결과를
만들어 낸다. 그 아이디어를 위해
우리는 오늘도 앉았다, 일어섰다.
누웠다, 구르기를 반복하고 있다.

 

이 책 표지에 적혀있는 것처럼
매일 아이디어와 씨름하는 사람들에게
혹은 아이디어를 어떻게 내야 될지 모르는
사람들은 이 책을 꼭 읽어보길 바란다.

 

디자이너 혹은 일러스트레이터
그리고 비슷한 일에 종사하는 분들
모두 재밌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 꼭 종사자들이 아니어도
누구나 읽어도 재밌다.

 

책에서는 아이디어를 내는 정확한
방법은 알려주지 않지만 그보다
더 톡톡 튀는 발상과 깨알재미로
이것이 아이디어라는 것을
정말 재밌게 보여준다.

 

보다 보면 너도 나도 아이디어가
퐁퐁 솟을듯한 정감 있는 그림체와
색감, 유머 그리고, 생각도 못한 문구에
가슴이 두근두근 해질 것이다.

 

아이디어를 내야지! 하면서 다른 곳에서
아이디어를 찾으려 하지 말자.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 머릿속에는
간발의 차로 놓치고 있을 아이디어가
무궁무진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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