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치에 앉아 나누는 이야기
주우성 지음 / 지식과감성#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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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린 시절 기억하는 벤치는
나무 모양을 딴 벤치로 등받이도,

어떤 것도 없는 그냥 벤치였다.


20대 때는 주로 앉아서 음악을 듣거나,

친구를 기다리거나, 짐이 많으면 정리를

하는 곳이었는데


30대가 된 지금은 생각보다

벤치에 앉아있을 일이 별로 없다는 걸

최근에야 깨달았다.


여행을 가서 다리가 아플 때,

그냥 앉아서 쉬고 싶을 때, 주변 풍경을

둘러볼 때아니고서는 말이다.


40대가 되면 또 달라질 테고,

내가 지금의 엄마 나이가 되면 또

달라지겠지... 우리 엄마는 벤치를

아주 사랑하신다. 앉아서 꽃구경,

사람 구경, 나무 구경하며 흘러가는

시간이 좋다고 하신다.

 

 

 

어쨌든 이 책은 벤치에 앉아서 쉬며,

또 명상하며 나누는 이야기이다.


명상이라고 하니 왠지 가부좌를

틀고 특정한 장소, 특정한 시간에

해야 될 것 같지만 마음속 생각을

정리하는 시간, 생각하는 시간이라고

얘기하면 좋을 것 같다.


바쁜 생활 속 이것저것 생각(명상)

하며 나에게 쉼표를 주자는 게

작가님의 생각이신 것 같고,


작가님의 생각을 에세이로

간략하게 써 내려가고 에세이 끝에

약간의 시를 곁들이는 구성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는 쉼표도 많은 사람이지만

물음표도 쩜쩜쩜도 많은 사람이다.

생각이 끝이 안 나서 힘들 때가 많은데

벤치에 앉아 하나하나 읽어내려간다

생각하며 읽었다.


그렇구나 끄덕여지는 글도 있었고,

잘 모르겠는데 했던 순간도 있었다.

글 쓰신 분의 연령대와 나의 연령대가

맞지 않음을 감지하고는 있었지만


중간중간 읽기 힘든 부분이 있었다.


작가님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여성이었다면 쓰지 않았을 글들이

군데군데 눈에 띄어 좀 불편했다.


20세기에서 100년이 지나 21세기가

되었는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시는

건지 나는 잘 모르겠다.

 


<수의 기세가>라는 글을 보면


그래도 시어머니에게 맞대드는

며느리는 아니지요.

남편 두고 늦게 술 마시고 들어와서야,

애들과 밥 차려 먹으라고 해서야,

덜거덕하면 가출해서야,

물론 남편도 잘 해야지요. 하지만,

앞장서는 아내의 옛 미덕이 아쉽네요.


라고 적혀있다.


네? 남편은 손 없어서 밥 못 해먹는 건지...

애들 밥 좀 차려주면 안 되는 건지...


 이 글의 내용이 1900년대의 어머니상(?)

아내상(?)을 그리워하는 글이라 불편했다.

뭐 예민 보스 + 프로불편러여서 그럴 수도

있고, 내가 아직 철이 없고, 인생사 연륜이

별로 없는 30대어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그 글을 읽은 뒤로 마음속 명상이

와장창 깨어지고 나와는 좀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책 권해주셨는데 이런

서평으로 보답해서 죄송하지만

느낀 점은 솔직하게 쓰고 싶으니까 쓴다.


누구나 생각은 하며 살아간다. 작가님 말씀

처럼 다만 무엇을 생각하며 사느냐의

문제겠지만...


나의 삶, 나의 쉼표를 찾고 명상을 하는

시간만큼 읽는 사람도, 타인을 배려하는

시간도 소중하다는 생각을

잊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우리 모두 마음속에 쉼표 하나

정도는 가지고 살았으면 좋겠다.

나를 위한 쉼표, 그리고 그 속에

남을 위한 작은 쉼표도 가지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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