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의 별 - 제4회 황산벌청년문학상 수상작
강태식 지음 / 은행나무 / 2018년 4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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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신분으로 여기 보내져
보통의 존재로 살아온 지도
이젠 오래되었지

 

그동안 길 따라 다니며
만난 많은 사람들
다가와 내게
손 내밀어 주었지
나를 모른 채

 

나에게 넌 허무한 별빛
너에게 난 잊혀진 길

 

이곳에서 우린 변하지
않을 것을 약속했었지

 

<언니네 이발관 - 가장 보통의 존재>

 

내가 이 책을 읽고 나서 제목을
가장 보통의 존재라고 쓴 이유는
언니네 이발관의 이 노래가
책을 읽는 내내 생각났기 때문이다.

 

 

 

<리의 별>은
한 노인과 영상 전화로 체스를 두는
'리'의 이야기로 시작이 된다.

 

한때는 패기 넘치는 젊은 사업가였던
기무라 다로는 몇 년 전 아내를
먼저 떠나보내고 이제는 점점 멀어지는
자식들과 손자들에게서 외로움을
느끼는 고독한 노인이다.

 

다음 챕터에서 나오는
도리스 브라운은 지금으로 따지자면
TM 일을 하는 여성이다. 어린 시절
가족으로부터 성폭행을 당했고,
그 결과 폭식증으로 거구의 몸이 되었으며
통신판매를 하다 '리'와 통화하게 된다.

 

호세 로드리게스는 교도소 수감자로
15년 만에 자신의 아들 마리오를 찾아
고향으로 돌아오지만 마리오가 '플랜 A'로
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아들을 찾아 '플랜 A'로
떠나게 된다. '리'는 로드리게스가 수감 시절
같은 교도소에 있었던 교도관이었다.

 

그리고 우리의 주인공인 '리'는
'플랜 A'라는 인간의 탐욕이 만들어낸
행성에 15년째 홀로 갇혀 지내는 인물이다.

 

한때는 잘 나가는 유원지로
돈을 끌어모았던 '플랜 A'는 누군가의 음모와
'플랜 B'라는 행성의 출연으로 사람들에게
점점 잊혀서 무인 행성이 되었다.

 

무인 행성의 대관람차 안에서
그 누구보다 고독한 '리'는
각 챕터의 주인공인 5명과 통화를
하게 되며 그들의 쓸쓸한 삶과 자신의
고독을 나누며 서로를 위로한다. 


이 책은 제4회 황산벌 청년 문학상
수상작으로 심사위원단(김인숙, 이기호,
류보선)은 "21세기형 이야기꾼의 탄생!
<리의 별>은 한국 소설의 철저한 이종 혹은
 돌연변이라 할 만큼 낯설고 이질적이었다”
면서 <플랜 A>라는 지구 밖 행성에서 ‘리’가
혼자 남게 되는 과정, 플랜 A의 흥망성쇠
과정을 통해 인간 특유의 물신성과 자기만을
배려하는 탐욕이 인간이라는 종 전체를
얼마나 참혹하게 고독한 존재로 전락시키는
지를 흥미진진하게 그려냈다"라고 평했다.

 

나는 읽기에 다소 난해하기도 했다.
책을 읽는 내 능력이 그것밖에 안돼서
이해하기 힘든 부분이 많았으며

작가님은 한 문장을 상당히 긴 호흡으로
지루하지 않게 잘 이끌고 가지만
그 호흡이 계속해서 길어지다 보니
글이 전체적으로 지루해지는 부분도
없지 않아 있었다.

 

그리고 글을 쓰는 과정에서
'~였지만 ~라는 뜻은 아니었다'라는
글을 반복해서 사용하는데 그거에 한번
집중되니 나중에는 조금만 반복되어도
신경이 쓰여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하지만 내용과 등장인물들의 구성은
상당히 매력적이다. '리'라는 말이 주는
어감도 신비스럽지 않은가.

 

이 소설은 고독에 관한 소설이다.
나는 가끔 고독하다고, 인생은 고독한
것이라고 생각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건 진정한 고독을 몰라서
하는 이야기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리'처럼 30여 년을 아무도 없는
행성의 대관람차 안에서 보낸다면...

그것은 과연 고독일까 공포일까,
외로움일까, 두려움일까?

 

소설을 다 읽고 나면 그들의 관계가
얼마나 긴밀한지 치밀하게 짜여있는지
느낄 수 있다. 나는 일본 소설을 많이 읽는
편이라 많은 한국소설을 읽어보진 않았지만
각기 다른 단편처럼 나왔던 글들이 서로
이어지는 한국소설은 거의 읽어 보지 못했다.
그것도 이렇게 다국적에 배경은 SF 지만
SF스럽지 않은 소설로 말이다.

 

그 점에서 작가님이 얼마나 신경 써
작품을 구상하고 연계시켰는지 알 것 같다.


좀 더 이해하기 쉬웠거나,
내가 수준이 좀 더 높았다면
끝까지 재미있게 읽었을 것 같은데
그 점이 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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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스 p11

 

 

 

망각은 폭력적이었고 폭력에는 질서가 없었다.
기억은 종이배처럼 잠깐 물 위에 떠 있다
무겁게 젖은 다음 흔적도 없이 가라앉았다.
대개는 그런 줄도 몰랐고 그게 편했다.
다시 채워 넣을 수 없다면 그 편이 나았다.

 

 

 

 

작가의 말 p235

 

 

사람은 고독하게 태어나서 고독하게 살고
때로는 고독하게 사랑하다 결국 고독하게
죽어가는 것 같습니다. 고독은 즐길 수 있는
게 아니라 견뎌야 하는 것이며 우리에게는
얼마나 잘 견디느냐, 못 견디느냐의 차이만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소석이 고독을
견뎌나가는 당신의 분투에 작은 위안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길 순 없지만
죽을 때까지 잘 견디면 진건 아니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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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밖을 내다보면 아파트의 불빛이
꼭 멀리 떨어진 별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우리도 사실 '리'처럼 자기만의 행성에서
고독하게 이 밤을 보내고 있는 건 아닐까?

 

나는 가끔 내가 차가운 달에 혼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무의 공간들을 보고 있는듯한
고독함을 느낄 때가 있다. <리의 별> 속
'리'도 그런 기분이었을까? 우린 모두
자기만의 행성에 살아가는 보통의 존재고,
고독한 존재가 아닌지...

 

괜히 책을 다 읽고 나니 이상하게
고독한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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