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生)의 감각 / 김광섭
여명의 종이 울린다.
새벽별이 반짝이고 사람들이 같이 산다.
닭이 운다 개가 짖는다.
오는 사람이 있고 가는 사람이 있다.
오는 사람이 내게로 오고
가는 사람이 내게서 간다.
아픔에 하늘이 무너졌다.
깨진 하늘이 아물 때에도
가슴에 뼈가 서지 못해서
푸른빛은 장마에
넘쳐 흐르는 흐린 강물 위에 떠서 황야에 가싿.
나는 무너지는 둑에 혼자 섰다.
기슭에는 채송화가 무더기로 피어서
생의 감각을 흔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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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가 고혈압으로 쓰러진 후 일주일만에 깨어나 내적 생명의 체험을 노래한 시이다.
절망, 고통으로 이어진 참담한 투병 생활 끝에 새롭게 피어난 생의 감각과 의지를 표현하고 있다.
시어 '채송화'는 생명 의식을 가장 선명하게 드러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