打麥行 / 정약용
新蒭濁酒如湩白 새로 거른 막걸리 젖빛처럼 뿌옇고
大碗麥飯高一尺 큰 사발에 보리밥, 높기가 한 자로세.
飯罷取枷登場立 밥 먹자 도리깨 잡고 마당에 나서니
雙肩漆澤翻日赤 검게 탄 두 어깨 햇볕 받아 번쩍이네.
呼邪作聲擧趾齊 옹헤야 소리 내며 발맞추어 두드리니
須臾麥穗都狼藉 삽시간에 보리 낟알 온 마당에 가득하네.
雜歌互答聲轉高 주고받는 노랫가락 점점 높아지는데
但見屋角紛飛麥 보이느니 지붕 위에 보리티끌뿐이로다.
觀其氣色樂莫樂 그 기색 살펴보니 즐겁기 짝이 없어
了不以心爲形役 마음이 몸의 노예 되지 않았네.
樂園樂郊不遠有 낙원이 먼 곳에 있는 게 아닌데
何苦去作風塵客 무엇하러 벼슬길에 헤매고 있으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