詩癖 / 이규보 

年已涉縱心     나이 이미 칠십을 넘었고
位亦登台司     지위 또한 정승에 올랐네.
始可放雕篆     이제는 시 짓는 일 벗을 만하건만
胡爲不能辭     어찌해서 그만두지 못하는가.
朝吟類청렬     아침에는 귀뚜라미처럼 읊조리고
暮嘯如鳶치     저녁엔 올빼미인 양 노래하네.
無奈有魔者     어찌할 수 없는 시마란 놈.
夙夜潛相隨     아침저녁으로 몰래 따라다니며
一착不暫捨     한번 붙으면 잠시도 놓아주지 않아
使我至於斯     나를 이 지경에 이르게 했네.
日日剝心肝     날이면 날마다 심간을 깎아 내
汁出幾篇詩     몇 편의 시를 쥐어짜 내니
滋膏與脂液     기름기와 진액은 다 빠지고
不復留膚肌     살도 또한 남아 있지 않다오.
骨立苦吟哦     뼈만 남아 괴롭게 읊조리니
此狀良可嗤     이 모양 참으로 우습건만
亦無驚人語     깜짝 놀랄 만한 시를 지어
足爲千載貽     천년 뒤에 남길 것도 없다네.
撫掌自大笑     손바닥 부비며 혼자 크게 웃다가
笑罷復吟之     웃음 그치고는 다시 읊조려 본다.
生死必由是     살고 죽는 것은 여기에 달렸으니
此病醫難醫     이 병은 의원도 고치기 어려워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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