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전별곡(花田別曲) / 김구 

 



 

▶제1장

 하늘의 가이오, 땅의 머리인, 아득히 먼 한점의 신선섬에는,
 왼쪽은 망운산이오, 오른쪽은 금산, 그 사이로 봉내와 고내가 흐르도다.
 산천이 기이하게도 빼어나서 유생ㆍ호걸ㆍ준사들이 모여들매, 인물들이 번성하느니,
 아! 하늘의 남쪽 경치 좋고 이름난 곳의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노래ㆍ술ㆍ아리따운 여인들과 더불어 모여들었던 한때의 인걸들이,
 아! 나까지 보태어서 몇 분이나 되겠습니까.

▶제2장

 하별시(河別侍)의 치자로 물들인 허리에 띤 황대(黃帶)는, 나이와 관작이 겸하여 높으도다.
 박교수(朴敎授)가 손을 휘두르며 흔드는 술취한 가운데 버릇과.
 강륜(姜綸)이 잡담과 방훈(方勳)이 코골며 자는 모습, 그리고 정기(鄭機)가 잘 마시고 먹는 모습들,
 아! 품계를 지닌 벼슬아치들이 가즈런히 모여드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하세연씨(河世涓氏)가 한시(漢詩)의 발인 운자(韻字)로서, 겨루는 시짓기인 음풍롱월(吟風弄月)에서,
 아! 운(韻)을 부르면 화답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제3장

 서옥비(徐玉非)와 고옥비(高玉非)의 검고 흰 머리가 아주 다르고,
 큰 은덕(銀德)이와 작은 은덕(銀德)이는 늙거나 젊거나 서로 다르도다.
 강금(姜今)의 노래와 춤․녹금(綠今)의 장굿소리, 잘 벌었는 학비(學非)와 못났는 옥지(玉只).
 아! 꽃수풀의 아름다움을 오히려 이기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화전(花田)의 별호가 이름과 실제가 서로 부합하느니,
 철석같이 굳고도 단단한 지조라 할지라도 아니 끊어질 리 없도다.

▶제4장

 한원금(漢元今)은 글로써 노래부르고, 정소(鄭韶)가 풀피리를 잘 부느니,
 혹은 바릿대도 치고․혹은 소반도 두드리고, 그 사이마다 잔대도 쳤도다.
 머리를 흔들기도 하고 몸을 뒤척이기도 하면서, 여러 가지 취한 모습들을 갖추었으니,
 아! 흥이 발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강윤원씨(姜允元氏)가 스라렝딩하며 타는 거문고소리를,
 아! 듣고서야 잠이 들리로다.

▶제5장

 녹파주(綠波酒)와 소국주(小麴酒)에 맥주(麥酒)와 탁주(濁酒) 등 여러 가지 술에다
 황금(黃金)빛나는 닭과 흰 문어(文魚) 안주에다 유자잔(柚子盞)을 접시대에 받쳐들어,
 아! 가득 부어 잔을 권하는 광경, 그것이야말로 어떻습니까.
 정희철씨(鄭希哲氏)는 밀밭만 지나쳐도 크게 취해버리느니,
 아! 어느 때 슬플 적이 있을고.


▶제6장

 서울의 번화로움을 너는 부러워 하느냐.
 붉은 단청을 올린 지위높은 벼슬아치집 대문안, 거기 있는 술과 고기를 너는 좋아 하느냐.
 돌무더기밭 가운데 있는 띠집에서나마, 사계절이 화순하여 오곡이 풍등하게 되면,
 이 향촌에서 갖는 모임을 나는 좋아하노라.

[출처-네이버 블로그] 김구 : 경기체가 <화전별곡(花田別曲)> | 작성자 재봉틀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