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천사 / 서정주
향단(香丹)아, 그넷줄을 밀어라.
머언 바다로
배를 내어 밀듯이,
향단아.
이 다수굿이 흔들리는 수양버들나무와
벼갯모에 뇌이듯한 풀꽃뎀이로부터,
자잘한 나비새끼, 꾀꼬리들로부터
아조 내어 밀듯이, 향단아.
산호(珊瑚)도 섬도 없는 저 하늘로
나를 밀어 올려 다오.
채색(彩色)한 구름같이 나를 밀어 올려다오.
이 울렁이는 가슴을 밀어 올려 다오!
서(西)으로 가는 달같이는
나는 아무래도 갈 수가 없다.
바람이 파도를 밀어 올리듯이,
그렇게 나를 밀어 올려 다오.
향단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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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 <춘향전>을 모티브로 하고 있으며, 춘향이 그네를 타면서 독백하는 형식을 취한 노래이다. 촌향은 그네를 타고 자신의 괴로움과 인간의 운명을 벗어나고자 하나, 그네는 그넷줄에 매여 있기 때문에 다시 땅 위로 돌아올 수밖에 없다. 초월적 세계에 도달하려는 의지와 현실의 구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숙명 사이에서 갈등하는 인간의 내면 세계를 형상화한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