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현 / 박두진 

 

아랫도리 다박솔 깔린 산(山) 너머 큰 산 그 너멋 산 안 보이어, 내 마음 둥둥 구름을 타다. 

 

우뚝 솟은 산, 묵중히 엎드린 산, 골골이 장송(長松) 들어섰고, 머루 다래 넝쿨 바위 엉서리에 얽혔고, 샅샅이 떡갈나무 억새풀 우거진 데, 너구리, 여우, 사슴, 산토끼, 오소리, 도마뱀, 능구리 등 실로 무수한 짐승을 지니인, 

 

산, 산, 산들! 누거 만년(累巨萬年) 너희들 침묵이 흠뻑 지리함 직하매. 

 

산이여! 장차 너희 솟아난 봉우리에, 엎드린 마루에, 확 확 치밀어 오를 화염(火焰)을 내 기다려도 좋으랴? 

 

핏내를 잊은 여우 이리 등속이 사슴 토끼와더불어, 싸릿순 칡순을 찾아 함께 들거이 뛰는 날을 믿고 길이 기다려도 좋으랴? 

 

========== 

1930년대 후반 일제 암흑기에 씌어진 작품으로, 시대적 제약 때문에 상징법을 사용하여 시적 의미를 드러내고 있으며, 반복과 영탄으로 만들어지는 강렬한 리듬감으로 전망이 불투명한 현실 속에서도 민족의 웅대하고 평화스러운 미래상을 추구하고 있다. 이 작품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세계인 향현(산)은 대립의 관계가 아닌 화합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곳이며 동경의 이상 세계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