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정 / 이육사 

 

매운 계절(季節)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北方)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高原),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저항적이고 미래 지향적인 이육사의 지사적 풍모가 잘 드러나는 작품이다. '절정'이라는 제목에서도 드러나듯이, 한 걸음의 물러섬도 허용되지 않는 극한 상황 속에서 그것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노래하고 있다. 극한적 위기 상황에까지 내몰린 시적 화자는 자신이 처한 상황이 새로운 삶의 전기가 된다는 인식을 바탕으로, 가혹한 현실 속에서도 아름다운 앞날을 향해 초극의 의지로 나갈 것을 다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