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호 부근 / 김광균 

 

양철로 만든 달이 하나 수면(水面) 위에 떨어지고 

부서지는 얼음 소래가 

날카로운 호적(胡笛)같이 옷소매에 스며든다. 

 

해맑은 밤 바람이 이마에 나리는 

여울가 모래밭에 홀로 거닐면 

노을에 빛나는 은모래같이 

 

호수(湖水)는 한 포기 화려한 꽃밭이 되고 

여윈 추억(追憶)의 가지가지엔 

조각난 빙설(氷雪)이 눈부신 빛을 발하다. 

 

낡은 고향의 허리띠같이 

강물은 길―게 얼어붙고 

 

차창(車窓)에 서리는 황혼 저 멀―리 

노을은 

나어린 향수(鄕愁)처럼 희미한 날개를 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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