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생 / 김광균  

 

향료(香料)를 뿌린 듯 곱다란 노을 위에 

전신주 하나하나 기울어지고 

 

머언 고가선(高架線) 위에 밤이 켜진다. 

 

구름은 

보랏빛 색지(色紙) 위에 

마구 칠한 한 다발 장미(薔薇). 

 

목장(牧場)의 깃발도, 능금나무도 

불면 꺼질 듯이 외로운 들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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