껍데기는 가라 / 신동엽
껍데기는 가라.
4월도 알맹이만 남고
껍데기는 가라.
껍데기는 가라.
동학년 곰나루의, 그 아우성만 살고
껍데기는 가라.
그리하여 다시
껍데기는 가라.
이 곳에선, 두 가슴과 그 곳까지 내논
아사달과 아사녀가
중립의 초례청 앞에 서서
부끄럼 빛내며
맞절할지니.
껍데기는 가라.
한라에서 백두까지
향그러운 흙가슴만 남고
그, 모오든 괴붙이는 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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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연에서는 남아야 할 4월 혁명의 순수함을, 2연에서는 남겨져야 할 동학 농민 운동의 순수성을 노래한다. 강건하고 의지적 어조로 쇠붙이(군대,군사정권,38선)에 대항하며, '외세'와 '알맹이를 더럽히는 허위의식과 가식'을 '껍데기'로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