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병(古花甁) / 장사언
고자기(古瓷器) 항아리
눈물처럼 구부러진 어깨에
두 팔이 없다.
파랗게 얼었다.
늙은 간호부(看護婦)처럼
고적한 항아리.
우둔(愚鈍)한 입술로
계절(季節)에 이그러진 풀을 담뿍 물고,
그 속엔 하늘빛을 인 한 오합(五合) 남는 물이
푸른 산골을 꿈꾸고 있다.
떨어진 화판(花瓣)과 함께 깔린
푸른 황혼(黃昏)의 그림자가
거북 타신 모양을 하고
창(窓) 넘어 터덜터덜 물러갈 때,
다시 한번 내뿜는
담담(淡淡)한 향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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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 꽃병을 소재로 하여 꽃병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표현한 작품이다. 평범한 하나의 꽃병은 독특한 의미와 기품을 부여받고 있으며,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승화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