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화병(古花甁) / 장사언 

 

고자기(古瓷器) 항아리 

눈물처럼 구부러진 어깨에 

두 팔이 없다. 

 

파랗게 얼었다. 

늙은 간호부(看護婦)처럼 

고적한 항아리. 

 

우둔(愚鈍)한 입술로 

계절(季節)에 이그러진 풀을 담뿍 물고, 

그 속엔 하늘빛을 인 한 오합(五合) 남는 물이 

푸른 산골을 꿈꾸고 있다. 

 

떨어진 화판(花瓣)과 함께 깔린 

푸른 황혼(黃昏)의 그림자가 

거북 타신 모양을 하고 

창(窓) 넘어 터덜터덜 물러갈 때, 

 

다시 한번 내뿜는 

담담(淡淡)한 향기. 

 

========== 

옛 꽃병을 소재로 하여 꽃병이 지니고 있는 이미지를 두드러지게 표현한 작품이다. 평범한 하나의 꽃병은 독특한 의미와 기품을 부여받고 있으며, 살아 있는 하나의 생명체로서 승화되고 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