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타 / 이한직
눈을 감으면
어린 때 선생님이 걸어 오신다.
회초리를 드시고
선생님은 낙타처럼 늙으셨다.
늦은 봄 햇살을 등에 지고
낙타는 항시 추억한다.
옛날에 옛날에
낙타는 어린 시절 선생님처럼 늙었다.
나도 따뜻한 봄볕을 등에 지고
금잔디 위에서 낙타를 본다.
내가 여읜 동심의 옛 이야기가
여기저기
떨어져 있음직한 동물원의 오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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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봄날의 동물원에서 낙타를 바라보다 어린 시절 자신을 가르쳤던 선생님과 잃어버린 동심을 추억하는 심정을 그린 것이다. 잃어버린 동심을 그리워하는 아쉬움과 쓸쓸함이 따뜻한 어조 속에 배어 있다. 회고적인 내용을 다루고 있지만 주지적인 기법과 차분한 어조로 감상에 빠지지 않고 표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