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과 언어 / 문덕수
언어는
꽃잎에 닿자 한 마리 나비가
된다.
언어는
소리와 뜻에 찢긴 깃발처럼
펄럭이다가
쓰러진다.
꽃의 둘레에서
밀물처럼 밀려오는 언어가
불꽃처럼 타다간
꺼져도,
어떤 언어는
꽃잎을 스치자 한 마리 꿀벌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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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심리 상태에서 연상 작용에 의해 떠오르는 이미지들을 결합하여 내면 세계를 그리려는 초현실주의적 수법을 사용했다. 김춘수의 시 '꽃'에서와 마찬가지로 이 시에서도 '언어'는 무의미한 사물을 의미 있게 하는 명명 수단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