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 이해인 

 

손 시린 나목(裸木)의 가지 끝에 

홀로 앉은 바람 같은 

목숨의 빛깔 

 

그대의 빈 하늘 위에 

오늘은 내가 반달로 떠도 

차 오르는 빛 

 

구름에 숨어서도 

웃음 잃지 않는 

누이처럼 부드러운 달빛이 된다. 

 

잎새 하나 남지 않은 

나의 뜨락엔 바람이 차고 

마음엔 불이 붙는 겨울날 

 

빛이 있어 

혼자서도 

풍요로와라 

 

맑고 높이 사는 법을 

빛으로 출렁이는 

겨울 반달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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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정적이면서도 명상적인 어조로 종교와 예술과 삶을 조화시켜 나가고자 하는 작가의 자세가 잘 드러난다. 수녀 시인 이해인의 작품은 독자가 몰래 엿듣는 듯한 내밀한 독백체, 고백체인 것이 특징이다. 

주제는 구원의 존재로 나타나는 임을 찾고자 하는 구도의 길, 불완전한 삶을 극복하고 완전한 삶을 이루기를 기원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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