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작납작-박수근 화법을 위하여 / 김혜순
드문드문 세상을 끊어 내어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걸어 놓고 바라본다.
흰 하늘과 쭈그린 아낙네 둘이
벽 위에 납작하게 뻗어 있다.
가끔 심심하면
여편네와 아이들도
한 며칠 눌렀다가 벽에 붙여 놓고
하나님 보시기 어떻습니까?
조심스럽게 물어 본다.
발바닥도 없이 서성서성.
입술도 없이 슬그머니.
표정도 없이 슬그머니.
그렇게 웃고 나서
피도 눈물도 없이 바짝 마르기.
그리곤 드디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한 줄에 꿰어놓고
가이없이 한없이 펄렁 펄렁.
하나님, 보시기 마땅합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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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수근 특유의 색채와 질감(회백색의 선묘를 주요한 기법으로 하여 생활을 그려 냄.)으로 형성된 아낙네들의 모습을 통해, '납작해진 천지 만물'을 읽어 내고자 한다.
힘겨운 세상살이에 대한 서글픔과 연민이 담겨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