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씨를 닮은 마침표처럼 / 이해인 

 

내가 심은 꽃씨가 

처음으로 꽃을 피우던 날의 

그 고운 설레임으로 

 

며칠을 앓고 난 후 

창문을 열고 

푸른 하늘을 바라볼 때의 

그 눈부신 감동으로 

 

비 온 뒤의 햇빛 속에 

나무들이 들려주는 

그 깨끗한 목소리로 

 

별건 아닌 일로 

마음이 꽁꽁 얼어붙었던 

친구와 오랜만에 화해한 후의 

그 티없는 웃음으로 

나는 항상 

모든 사람을 사랑하고 싶다. 

 

못 견디게 힘든 때에도 

다시 기뻐하고 

다시 시작하여 

끝내는 꽃씨를 닮은 마침표 찍힌 

한 통의 아름다운 편지로 

매일을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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