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실 창가에서 / 김용택 

 

아이들은 교실에 들어서자마자 

왁자지껄 떠들어 대고 

교실 창 밖 강 건너 마을 뒷산 밑에 

보리들이 어제보다 새파랗습니다. 

저 보리밭 보며 창가에 앉아 있으니 

좋은 아버지와 좋은 스승이 되고 싶다 하시던 

형님이 생각납니다. 

 

운동장 가에 살구나무 꽃망울은 빨갛고 

나는 새로 전근 와 만난 

새 아이들과 정들어 갑니다. 

아이들이 내 주위에서 

내게 다가왔다가 저만큼 멀어지고 

멀어졌다가는 어제보다 더 가까이 다가오는 모습들이 

마치 보리밭에 오는 봄 같습니다. 

 

형님, 

이렇게 저렇게 

아이들과 부딪치고 싸우며 

정들어 가는 이 사랑싸움을 나는 좋아합니다. 

다치고 상처받고 괴로워하며 

자기를 고치고 마음을 새로 열어 가는 

이 아름다운 마음의 행진이 

이 봄날에 한없이 눈물겹습니다. 

세상이 새로워지면 사랑이고 행복이지요. 

 

들어갈 벨이 울리자 

아이들이 일제히 내 쪽으로 

붉은 얼굴을 돌립니다. 

저럴 땐 얼굴들이 나를 향해 피는 꽃 같습니다. 

봄이 오는 아이들의 앞과 등의 저 눈부심이 좋아 

이 봄에 형님이 더욱 그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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