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반(半) / 정지용 

 

내 무엇이라고 이름하리 그를? 

나의 영혼 안의 고흔 불. 

공손한 이마에 비추는 달. 

나의 눈보다 값진 이. 

바다에서 솟아 올라 나래 떠는 금성(金星). 

쪽빛 하늘에 흰 꽃을 달은 고산 식물(高山植物). 

나의 가지에 머물지 않고 

나의 나라에서도 멀다. 

홀로 어여삐 스스로 한가로워―항상 머언 이. 

나는 사랑을 모르노라. 오로지 수그릴 뿐. 

때없이 가슴에 두 손이 여미어지며 

구비구비 돌아간 시름의 황혼(黃昏)길 위­― 

나―바다 이편에 남긴 

그의 반임을 고히 지니고 걷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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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을 완전하고 절대적이며 높은 존재, 

인간은 불완전하고 상대적이며 낮은 존재로 인식하고 

절대적 존재에 대한 경배와 묵도를 드러내고 있다. 

'그의 반'은 불완전하지만 그대와 동질성을 나누고 싶은 소망을 표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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