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 도종환  

 

견우 직녀도 이 날만은 만나게 하는 칠석날 

나는 당신을 땅에 묻고 돌아오네. 

안개꽃 몇 송이 땅에 묻고 돌아오네. 

살아 평생 당신께 옷 한 벌 못 해 주고 

당신 죽어 처음으로 베옷 한 벌 해 입혔네. 

당신 손수 베틀로 짠 옷가지 몇벌 이웃에게 나눠 주고 

옥수수밭 옆에 당신을 묻고 돌아오네. 

은하 건너 구름 건너 한 해 한 번 만나게 하는 이 밤 

은핫물 동쪽 서쪽 그 멀고 먼 거리가 

하늘과 땅의 거리인 걸 알게 하네. 

당신 나중 흙이 되고 내가 훗날 바람 되어 

다시 만나지는 길임을 알게 하네. 

내 남아 밭 갈고 씨 뿌리고 땀 흘리며 살아야 

한 해 한 번 당신 만나는 길임을 알게 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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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별한 임에 대한 그리움. 

재회를 준비하겠다는 화자의 마음가짐을 통해 인간적 한계를 극복하려는 자세를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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