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강물처럼
파울로 코엘료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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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누군가와 전화통화를 하다 그만 좋지 않은 소리를 하고 말았다. 전화를 끊고 너무 부끄럽고 무참해졌다. 이 책의 한 구절이 갑자기 떠오른 때문이었다. 

"사람은 누구나 내가 갖고 있는 것만 줄 수 있는 법이지요."

아, 지금까지 내가 남에게 주었던 것들이 슬라이드처럼 머릿속에서 영사되었다. 그 비겁하고 남루한 것들이 모두 내가 가진 것들이라니, 부끄럽지만 그것은 진실이었다. 그것과 비슷하게 자주 생각나는 구절이 하나 더 있다.

"당신이 걸어온 인생은 반드시 세상에 흔적을 남겨놓는다."

조지 부시도, 비틀즈도 아닌 하찮은 '나'라는 사람이 세상에 흔적을 남겨놓는다니. 그러나 곰곰 생각해보면 이것 역시 세상의 순리다. 두 구절 다 정확히 생각나지 않아 왜곡되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내가 받아들인 의미는 왜곡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한다.

<흐르는 강물처럼>의 구절들은 읽을 땐 큰 의미를 두지 않다가도, 가끔 생활의 전면에 복병처럼 들이닥치곤 한다. 읽은 지 며칠 되지 않았지만, 요샌 스스로 몸가짐을 조심하는 것을 느낀다. 그러나 절제, 겸손 같은 것은 아니다. 뭐랄까, 모순적이지만 그것은 '용기'에 더 가깝다. 

이 책은 절대 가벼운 책이 아니다. (제목처럼)흘러가는대로 삶을 내버려둬도 된다는 위로의 책도 아니다. 이것은 벼락처럼 강하게, 바위처럼 무겁게 인생의 순리를 가르쳐주는 책이다. 뼈아픈 고통일지라도 반드시 지킬 것을 종용하는 책이다. 그래서 누군가에겐 '인생의 책'이 충분히 될 가치가 있는, 바로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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