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 (양장)
알랭 드 보통 지음, 정영목 옮김 / 청미래 / 2007년 8월
평점 :
구판절판


우리가 사랑의 감정을 분석하고, 사랑의 의미를 찾아내서 사랑을 객관화하고, 사랑의 감정들을 구체화하여 정의할 수 있다면, 우리는 '더 잘' 사랑하게 될까?

여기 태고적부터 존재하던 앞의 의문에 대한 기발한 대답 중 하나가 있다.

젊은 건축가인 '나'는 런던발 비행기에서 동승한 '클로이'라는 여자에게 한 눈에 반한다. 비행기에서 눈이 맞은 둘은 서둘러 데이트를 하고, 어른다운 행동으로 스피디하게 연애의 방정식으로 빠져들어간다. 서로의 패턴을 발견하고, 생활을 공유하며 친밀해지던 그들은 어느 날 각각의 방식으로 자신들의 사랑에 회의를 품게 되는데... 과연 이 둘의 운명은 어찌 될 것인가! 하는 뻔한 스토리가 이 책의 전부다.

알랭 드 보통은 똑똑한 작가다. 그는 누구도 문제삼지 않았던 평범한 연애의 과정을 비범하게 해체했고, 그것을 기호화하고 구체화하여 해석하기 시작했다. 그 사랑의 과정이 당신 사랑의 과정과 다르다고 생각하는가? 당신의 사랑은 더 특별하다고 생각하는가? ...적어도 나에게 이 책은 충격이었다. 나의 사랑은 전혀 특별하지 않았다. 나의 사랑은 일반화되었고, 적어도 어떤 범주에 속했다. 그것은 나를 대단히 실망시켰으며, 반대로 나에게 희망을 주었다. 어쩌면 '더 잘' 사랑할 수 있지 않을까? 사랑의 방법을 배울 수 있지 않을까?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사랑의 해체 작업을 통해 사랑에 대한 명제를 많이 얻어냈다면, 그 위에 다양한 경험의 지층이 쌓였다면, 우리는 '더 잘' 사랑할 수 있게 된 것일까?

사실 모르겠다. 나는 사랑에 대해선 어떠한 대답도 할 처지가 되지 못한다. 다소의 위안이 되는 것은 아마 나를 포함한 거의 모든 이들이 같은 생각을 공유하리란 것이다.

이 책에서 말하는 마지막을 문장으로 요약하면 다음과 같다. "아마 그럴 수 없을 것이다. 그래도 해보니 재미있지 않은가? 하하하."

그렇다. 처음과는 전혀 반대의 의미로 나의 사랑은 특별했다. 알랭 드 보통은 특별한 나의 사랑의 심장을 관통하여 나를 아프게 했고, 그것을 다시 꿰메주었다. 한 번의 수술을 거쳤지만 나의 사랑은 전혀 자라지 않았고, 그렇기에 나는 다시 사랑할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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