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아이 김용택
김훈 외 엮음 / 문학동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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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는 전라도 실핏줄 같은 '섬진강',

늘 몸보다도 마음이 먼저 가 있는 '그 여자네 집',

불쌍하게 쥐구멍으로 숨어버린 '콩, 너는 죽었다'

해가 질 때 사랑하는 사람에게 산그늘처럼 걸어가는 '연애'...


나는 김용택을 잘 모른다.
잘 모른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내가 아는 꽤 많은 시가 그의 것이다.
그런 이들이 한 둘일까. 아직도 많은 이들이 김용택은 모르고 그의 시는 많이 알 것이다.
네이버에 '김용택'을 검색하면 연관검색어에 '프로게이머 김택용'이 나오는 슬픈 현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그를 알게 될 수밖에 없다.
그의 순수한 마음, 그 마음에 물들어 늘그막에 '순수병', '동심병'을 앓고 있는 49명을 바라보며, 세상을 바라보는 어릴 적의 눈망울을 찾을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그것은 이미 김용택바이러스, 즉 '동심바이러스'에 감염된 작가가 이리도 많기 때문이다.

 
'용택 형'을 험담하며, 그리워하며, 질투하며 멀리 도회지에서 쓴 49통의 편지는 따뜻한 바이러스다.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자기들끼리 글을 모아 재빨리 책으로 엮어버리는 <어른아이 김용택 간행위원회-김훈, 도종환, 안도현, 이병천, 이해인, 최열>은 풋풋하다. 그 노년들이 아이들로 돌아가는 모습이 파릇파릇하다. 그래서 자꾸 웃음이 난다. 오늘은 박장대소보다 이런 은근한 미소가 더 푸근해지는 저녁이다. 나도 '동심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일까. 얼른 퍼트리지 않으면 계속 실없이 피식피식 웃게 되는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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