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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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도시에서 아주 오랜 세월을 보냈어. 나는 그곳 사람들을 하나도 알지 못해. 그러니까 내가 어디에 있느냐는 중요하지 않아. 아무도 사랑하지 않았더라면 나는 자유롭고 행복할 수 있었을거야."

이야기의 마지막, 상도르는 자신이 (어쩌면 마음 속에서만)기르는 작은 새에게 이렇게 고백한다. 그는 모욕당한 친구들이 더이상 돌아오지 않는 도시에서, 저녁이면 문을 이중으로 걸어잠그고 인생이 흘러가기를 초조하게 기다리는 사람들에 섞여 산다. 그는 공장노동자지만 또 슬픈 항해자이며, 그의 유일한 낙은 가끔 적는 항해일지다. 우리는 언젠가 그 항해일지를 꺼내어 들춰보며 그것을 세상에서 가장 특별한 사랑이야기라고 부를 것이다.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의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는 이 작품 <어제>에서 사랑에 심장을 만들었다. 그가 심장을 만들자 그것은 본능적으로 뛰기 시작했다. 누구도 막을 수 없는 속도로. 뛰는 것을 멈추면 심장은 멎을 것이다. 그는 사랑의 어찌할 수 없음을 아는 작가다.

 
"어제는 내내 무척 아름다웠다."

모든 사랑은 어제가 되어, 죽음과 동시에 아름다움이 된다.
내가 너를 증오하고 너도, 아무도, 아무것도, 인생도 증오할지라도, 인생은 결국 시간의 단호함만큼 우리를 사랑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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