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자를 훔친 남자
후안 호세 미야스 지음, 고인경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6월
평점 :
품절


우연한 기회로 옆집 남자의 집에서 살게 된 남자. 그는 옆집 남자의 물건만을 써야하는 상황에서 묘하게도 전혀 반대되는 타입이라고 생각했던 옆집 남자와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동질감은 점점 심해지고, 나중엔 부재한 옆집 남자와 자신을 동일시하게 된다. 두 사람은 처음부터 한 사람이었던 것처럼.

이런 일이 정말 가능할까?
 

소설은 '가능성'을 묻지 않는다. 다만 다양한 비유와 은유로 그 체험 자체가 의미하는 상징을 제시한다. 

1. 우리는 다른 사람과 같아지려는 욕망을 품고 있다. 본질적인 고독 때문일 수도, 사회화의 관습 때문일 수도 있다. 어쨌거나 욕망 자체에는 변함이 없다. 이것은 그 욕망의 극단적인 상황에 놓인 한 인생의 이야기다.

2. 또는 이런 것은? 이 소설은 자기합리화에 대해 말하고 있다. 의지가 먼저 있고, 그 의지에 따라 모든 상황을 자신이 욕망하고자 하는 쪽으로 해석하는 것이다. 동일성도 그것의 연장일 뿐이다. 그래서 얼핏 모순되어 보이는 이야기는, 주인공들이 모두 타협 가능한 해피엔딩으로 끝나게 된다.

넘치는 상징과 재치 있는 비유는 소설을 흥미롭게 하지만, 넘치는 것은 때로 부족한 것만 못하다. 재미있으면서도 못내 아쉬운 책(아니면 나의 이해부족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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