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낭독
KBS 낭독의 발견 엮음 / 달 / 2008년 4월
평점 :
절판


한 때 시인을 꿈꾸었었다(꿈꾸었었다는 과거형이 나를 무참하게 만든다).

호기로운 습작생 시절부터 지금까지 끝내 하지 못한 말이 있다. '시를 쓴다'는 말이다. 대신 그 행위를 '글을 쓴다'고 했다. 내가 벌이는 짓거리가 '시'라고 말할 수 없는 수준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꼴값이랄 수도 있겠지만, 그랬다. '시'라는 것, 크게는 '예술'이라는 것이 일상의 행위보다 고귀하다고 생각했다. 지금은 좀 달라진 것 같다. 일상이 훨씬 고귀하다.

일상을 되돌아볼 때, 그것을 한 편의 시로 낭독할 수 있을까. TV프로그램 <낭독의 발견>을 한 번도 보지 않은 시청자로서, 하지만 한 때 시인을 꿈꾸었던 문청으로서, 내게 이것은 가슴 두근거리는 일이다. 그래서 '인생 낭독'이라는 제목을 본 순간부터 가슴이 울렁거리기 시작했던 것 같다.

60명의 명사가 등장한다. 글은 탄탄하다고 보기 힘들다. 두 시간 분량의 영상을 5~6페이지에 담아내야 했기 때문이다. 결국 내밀한 이야기까지 보여주지 못한 탓일 것이다. 하지만 어떤 글은 여백이 오히려 고마웠으며, 또 어떤 글은 짧은 문장으로 가슴을 쳤다.

어찌어찌하다가 나는 또 울고 말았다. 요새는 눈물샘이 터진 것인지... 한비야에게 보약 사먹으라고 보내준 성금이야기, 이홍렬 어머니의 맞춤법 다 틀린 편지이야기(이 부분에서는 소리내어 펑펑 울었다. 나 역시 객지에 나와 있고 못 배운 어머니와 떨어져 살아서 감정이입이 되어버린 탓이리라)...

음악과 함께, 조용히 혼자 읽기를 권하고 싶다. 이 책을 읽을 때는 그냥 글만 읽지 마시고, 글 속에 숨어 있는 행간의 여백을 읽어달라 권하고 싶다.

그들이 인생을 낭독하는 모습, 그 경건함을 같이 느껴달라 권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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