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박주영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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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을 만드는 데에는 그만두어도 되는 시점이라는 게 있다. 이를테면 라면 물 정도는 얼마든지 버려도 되고, 라면 봉지를 뜯었다면 잘 봉해버리면 되지만, 라면을 끓는 물에 넣었다면 그 순간부터는 돌이킬 수 없다.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도 그런 시점이 있을 것이다. 관계를 돌이켜도 흔적이 흉터처럼 남기 시작하는 시점."

음식처럼 연애를 바라볼 수 있을까. 얼핏 <달콤한 나의 도시>를 연상시키는 이 리얼청춘드라마는 그렇다, 라고 명쾌하게 얘기한다.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는 나영이라는 삼십대 초반 서울 여성의 이야기다. 그녀의 연애와 취미, 고민, 이상, 우정, 직업 그리고 일상에 대한 이야기다. 어디에선가 들은 것 같은 이야기라고? 그렇다. 2년 전에 출간된 <달콤한 나의 도시>와 이 소설은 많이 닮았다. 그러나 닮은꼴이면서도 또한 다르다. <달콤한 나의 도시>가 제목의 '도시-장소'에 초점을 맞췄다면,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는 제목의 '연애-관계'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현재를 이야기하는 한국소설이 부재했기 때문이었는지 <달콤한 나의 도시>는 2~30대 여성들에게 폭발적인 지지를 받으며 25만부라는 엄청난 판매부수를 기록했다. 물론 그 인기는 현재진행형이기도 하다. 그리고 2년이 지난 지금, <쿨하게 한걸음>부터 <냉장고에서 연애를 꺼내다>, <스타일>까지, 30대 여성의 지금 여기를 이야기하는 한국소설이 봇물터지듯 출간되고 있다. 그리고 그 첫 번째 타자는 깔끔한 내야안타를 쳐줬다. 후속타가 이어졌으면 하는 바램으로 <스타일>을 구매했다.

읽을거리가 풍성해져서 좋은 봄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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