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이상운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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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는 '저녁에'라는 김광섭 시인의 유명한 시의 싯구 일부를 제목으로 차용했습니다. 1969년에 발표된 시입니다. 제목만으로도 이 책이 이야기하는 시절이 언제인지 짐작할 수 있을 겁니다. 맞습니다. 이 책을 드는 것만으로 우리는 두 세 걸음쯤 뒤로 물러서보게 됩니다. 우리가 어렸을 때, 또는 그 이전의 시절로 돌아가 완전히 유치해져보자는 암묵적 동의가 성립되고 나면, 가슴 먹먹한 한 편의 드라마가 펼쳐집니다.

20대 초반의 젊은 대학생이 군사정권의 시절에 우연히 만난 여학생을 사랑하게 됩니다. 그런데 그녀는 어떤 이유에선지 그를 멀리합니다. 인연이 없었던 걸까요? 그의 인생의 몇 페이지에 그녀의 흔적이 남습니다. 그는 그녀를 진심으로 사랑할 수가 없습니다. 사랑할만큼 충분히 가깝지 않기 때문입니다. 핸드폰이 없는 시대라, 연락처를 알지 못하면 만날 방법이 없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그렇게 수 많은 시간이 지나고, 그와 그녀는 몇 번의 우연한 만남으로 상대방을 기억합니다. 그리고 그는 훗날 그 시절을 이렇게 회상합니다.

삶이란 그 여자 박은영과 같은 게 아닐까, 하는 것이다. 언제나 그립고, 언제나 정체불명이고, 결코 소유할 수 없는, 무지개 같은 그런 것... ...아닌가?

그에게 그녀 박은영은 청춘의 가장 찬란한 무엇이 아닌가 싶어집니다. 그에게 청춘은 눈을 가린 채 횃불을 들고 있듯 어리석은 시간입니다. 그러면서도 가장 아름다운, 다시는 돌아올 수 없는 무엇이기도 합니다. 저 역시 청춘의 마지막 시간을 보내고 있는 나이이기에, 그의 진실함에 코 끝이 찡해지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우리는, 우리의 청춘은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날 수 있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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