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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의 여행자 - 손미나의 도쿄 에세이
손미나 지음 / 삼성출판사 / 2008년 2월
평점 :
품절
내가 좋아하는 소설가 이승우 선생은 위와 같은 제목의 글로 강의를 대신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 글의 첫 부분은 이렇습니다.
할 말이 있는 사람이 마이크를 잡는다. 할 말이 없는 사람은 마이크를 잡을 이유가 없거니와 실은 잡아서도 안 된다. 할 말이 없는 사람의 마이크는 듣는 사람을 불편하게 하기 때문이다.
'태양의 여행자'를 읽으면서 수도 없이 위의 글이 생각났던 건, 도대체 이야기하려고 하는 바가 무엇인지, 여행의 목적이 무엇인지 되뇌어야 했기 때문입니다. 프롤로그를 보며, 앞부분 여행 전의 작은 에세이 '도쿄의 추억'을 보며 작가에게 느꼈던 단단한 필력이 왜 무목적 여행에 쓰여야 하는지 이해할 수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이 한 권의 책은 보름 정도 도쿄를 여행하며 쓴 것 같습니다. 여행하는 내내 선글라스와 구두, 명동에 쇼핑을 나온 듯한 옷차림을 고수하더군요. 게다가 일본의 거리를 찍은 사진은 그 나라의 대외홍보용으로 보입니다. 관광객의 눈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또한 사진은 동행 카메라맨을 의심하게 했습니다. 손미나 자신의 사진이 너무 많아서, '전직 아나운서인 유명 저자 손미나'의 여행을 보여주겠다는 의도가 명백했습니다.
책의 말미에 가서야 그 모든 오해가 사실임이 밝혀집니다. 사진은 작가의 남편이 찍었더군요. 그리고 일본관광청과의 제휴가 있었던지, 일본관광청이 책에 후원을 했더군요. 또, 마지막으로 너무 화가 났던 것은 손미나 자신이 자신있게 일본현지인에게 내뱉은 말입니다.
"아 네. 저는 도쿄에 관한 책을 쓸 거예요. 그래서 도쿄를 여행 중입니다." -153p
정말... 할 말이 없게 만들더군요. 명강연자 이승우 선생의 글을 변형해 마지막으로 손미나 저자에게 해 주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행자가 되기 위해 여행을 하는 것이 아니고 여행을 하기 때문에, 여행을 하는 동안 여행자로 불리우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