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해, 벤자민
구경미 지음 / 문학동네 / 2008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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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 벤자민'은 주인공 이영주가 자신의 화분에게 하는 얘기에요. 이영주는 정신이 아주 약간 이상하거든요. 그렇다고 헛소리는 아니구요, 자신이 먹어야 할 정신질환치료제를 물에 타서 벤자민에게 대신 주었거든요. 그래서 벤자민은 말라죽어요. 그러니 미안하달 수밖에요.

이야기에는 네 명의 인물이 등장해요. 이영주는 돌이키고 싶지 않은 자신의 과거 때문에 살짝 정신이 나간, 그러나 매우 예쁜 여자에요. 그리고 그런 이영주를 좋아하는 전문감금업자 안수철이 나와요. 그는 이영주의 부탁으로 한 사채업자를 감금하게 되는데요. 사실 그 부탁이 있기 전에는 그도 이영주를 잘 몰랐어요. 그리고 감금당한 사채업자는 이영주와는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런데 왜 한 사람의 인생을 망쳤나구요? 것도 여리고 예쁜 여자가? 그건 조용희라는 이웃의 부탁 때문인데요. 조용희도 이영주와 잘 아는 사이는 아니에요.

써 놓고 보니 이상하네요. 네 명의 주인공들이 얽히고 설킨 얘긴데, 막상 네 명은 서로를 잘 모르고 그러는 것 같아요. 그래서 소설은 무언가를 얘기하고 싶었나봐요. 어떤 '부조리함' 같은 것을 말이에요. 왜냐하면 네 명은 각자의 기구한 사연을 가지고 있구요, 또 자신의 삶에 나름의 철학을 갖고 있는, 그다지 많은 잘못을 저지르지 않은 평범한 우리의 이웃이거든요. 그런데 그들의 삶은 생활의 피폐함, 그 끝까지 내몰리게 돼요.

우리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 있을까요? 우리가 알게, 또는 모르게, 또는 미필적고의적으로.

어쩌면 이영주가 화분에게 '미안해, 벤자민'이라고 말한 것은, 어쩌면 화분 이름이 인간의 이름을 닮아 있다는 것은, 또 어쩌면 그것이 외국인의 이름이라는 것은, 우리가 피해를 주고 있는 익명의 누군가를 위한 최소한의 미안함 때문이 아닐까요. 저는 두려워져서, 내가 어딘가로 내몰릴까봐, 내가 모르는 사이에, 사실은 조금은 알면서도 잘못했을까봐, 누군가에게 이렇게 말해야 할 것 같아요.

미안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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