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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하거나 죽지않고 살 수 있겠니 - 제5회 문학동네신인작가상 수상작
이지형 지음 / 문학동네 / 2000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문학동네 소설상'은 늘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새의 선물'부터 '달을 먹다'까지. 전권을 다 읽진 않았지만, 안 읽은 작품들 역시 독서리스트의 최상단을 차지하고 있습니다. 반면 '문학동네 작가상'은 들쭉날쭉합니다. 굉장히 실망스러울때도, 감탄을 자아낼 때도 있습니다. 작품의 '완성도'로 본다면 말이지요.
그런데 수상작들이 갖고 있는 '아우라'로 본다면, '소설상'보다는 '문학동네 작가상'이 더 일정한 이미지를 보여줍니다. 문학동네의 '성분'과도 같은 느낌인데요, 그것은 '유쾌함'입니다. 그래서 '문학동네 작가상'을 읽는 마음은 늘 즐겁습니다.
이번 작품은 <망하거나 죽지 않고 살 수 있겠니>입니다. 5회 수상작인데요. 올 상반기에 <모던 보이>라는 제목으로 영화화가 된다고 해서 읽게 되었습니다. 솔직히, '완성도'에서는 높은 점수를 주기가 힘듭니다. 첫 장편이므로 문장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서사에 힘이 실려있질 않습니다. 이야기가 통통 튀는 느낌인만큼, 그 튀는 이야기들을 잡아주는 기둥이 있어야 독자가 헛갈리지 않을텐데, 그런 것이 보이질 않습니다.
그럼에도 역시 '작가상'이 보여주는 그 재기발랄함은 살아 있습니다. 일제 강점의 어두운 시기에 독립운동에 가담하는 여주인공 조난실의 투쟁심리를 보태었다면 어떻게 포장해도 무거울 법한데, 남주인공 이해명의 서술방식은 늘 유쾌합니다. 천성이 친일파라서 그런가..... '모던 보이'라는 단어도, '이십세기모던이미지댄스구락부'라는 클럽도, 일제와는 이질적이면서도 묘하게 어울려서 이 작품만이 가질 수 있는 특수성을 부여하기도 합니다.
마지막 반전과 유쾌함만으로는 조금은 성에 차지 않는 소설입니다. 사실 아픈 역사를 유쾌하게 재구성한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때 우리 국민들이 얼마나 고생했는데! 말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