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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물 1 ㅣ 세계신화총서 6
쑤퉁 지음, 김은신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8월
평점 :
절판
'중국'. 몇 년 전부터 이 하나의 단어가 온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다고 한다. 나 같이 변화에 민감한 사람은 물론이고, 시사에 둔감한 사람이라도 연일 언론에 보도되는 중국의 변화와 기대, 우려와 질투에 대한 목소리를 듣고 살고 있다. 중국에 대한 수많은 억측과 사실 속에서 우리는 중국이라는 나라를 어떤 시선으로 바라봐야 하는가. '문화'에서부터 출발하는 것도 그 방법 중의 하나가 아닐까.
그래서 최근 위화의 '형제'에 이어 중국작가의 큰 작품이 하나 더 나왔다는 사실은 중국의 다양성에 우리가 한 발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생겼다는 것을 뜻하는 듯하다. 그리고 이 젊은 작가가 이번에 들고 온 것은 '중국 신화의 현대적 재구성'이다.
'눈물'은 중국 4대 민간신화 중 하나인 <맹강녀 신화>를 패러디한 작품이라고 한다. 원작을 보지 못해 비교할 순 없겠지만, 쑤퉁이 재구성한 이 소설은 개인적으로 상당히 '낯선' 작품이었다. 만리장성의 축조를 위해 끌려간 치량이라는 남편을 찾아가는 주인공의 여정이 전부인 간단한 스토리의 이 소설은 현실과 비현실, 신적인 것과 인간적인 것, 비극과 희극이 사이좋게 공존하며 우리에게 익숙한 소설, 또는 신화의 전형에서 멀리 비껴가있다.
잘 썼냐 하면 꼭 엉성한 아마추어의 솜씨 같기도 하고, 신화 이야기냐 하면 그냥 소소한 일상의 이야기 같기도 하다. 그럼 비범한 것이냐 하면 뭔가 대단한 것이 함축되어 있는 것도 같고, 슬픈 결말이냐 하면 희망을 암시하는 것 같기도 하다. 다만 확실한 것은, 죽은 완치량을 찾아가는 떠돌이 아내, 눈물의 힘으로 매번 죽을 고비를 넘기는 주인공 '비누'의 생생함이다.
'비누'는 눈물을 흘리지 못하는 마을에서 태어나 머리카락으로 눈물을 흘리는 기술을 배웠다. 그러나 남편 치량의 실종으로 온 몸으로 눈물을 흘릴 줄 알게 되며, 치량을 찾아 몇 천리를 가는 동안 그 눈물의 힘으로 숱하게 죽을 고비를 넘긴다. 허약하며 강인한 이 여성상은, 종내에는 만리장성의 일부를 허물어뜨리게 되는데, 책을 덮고 나서야 나는 이 여인이 '신적인 존재'에 다다른 인간이라는 것을 자각했다.
'비누'의 여정에서 등장하는 인물들은 각기 다양한 삶의 방식을 지니고 있다. 그것은 중국의 무한에 가까운 인구만큼이나 광범위하다. 그래서 '눈물'은 다양한 질곡의 중국사를 우회해서 표현하는 또 하나의 중국 엿보기가 될 수 있다. 이 군상들의 한 가운데에 위치한 '비누'는 중국 역사를 온 몸으로 받아들이며 우는-또는 포용하는- 약하고 슬픈 신이다.
'눈물'은 이상한 작품이다. 한 번 읽으면 특이할 것 없는 이야기이고, 두 번 읽으면 '신화'가 된다. 오늘날 주목받는 나라가 된 중국이라는 활시위는 이러한 민초들의 눈물로 팽팽하게 당겨져 있는 것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