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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멀 크래커스
한나 틴티 지음, 권영미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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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집은 짧은 11개의 단편소설로 이루어져 있다. 해외의 소설집이라니... 오랜만에 읽는 것 같다. 번역문학은 대개가 장편인지라, 조금 생경하기도 했다. 그런데 이 작가, 한국적이었다. 차용한 소재나 인물들이 미국적일 뿐이지, 잘 짜여진 플롯이나 이야기의 함축과 은유는 단편문학이 기형적으로 발전한 한국의 단편과 매우 비슷했다. 반가웠다. 미국의 작가들도 우리 작가와 비슷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일까

반가우면서도 무서웠다. 두려움과는 좀 다른, 차가운 칼바람이 뒷목을 스치는 느낌이랄까... 작품은 모두 어떤 작가들을 생각나게 했다. 애드가 앨런 포우의 그로테스크와 로맹 가리의 공허함을 합쳐놓은 듯한 느낌, 그것이 인간을 바라보는 솔직한, 그래서 더 치명적일 수 있는 작가의 시선 때문이라는 것을 안 것은 책의 말미에서였다.

이 책은 '한나 틴티'라는, 국내에는 처음 소개되는 작가의 처녀작이다. 그래서 전체 단편의 균질성이 떨어진다. 또한 그래서 두 번째 작품을 더 기대하게 만들기도 한다. 단편들 중 앞의 두 편, '애니멀 크래커스'와 '홈 스위트 홈'은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이 작가가 아니면 죽은 로맹가리밖에는 쓸 수 없는.

   
  일이 끝나자 나는 신발을 벗고 메리수의 우리 바닥에 드러눕는다. 그러고는 조셉처럼 메리수의 무릎 아랫부분을 건드려본다. 메리수는 자동으로 발을 든다. 나는 머리가 그 발밑에 오도록 몸을 움직인다. 메리수가 내 귀 위에 발바닥을 올린다. 차가운 시멘트 바닥이 뺨에 닿는다. ......초원에 사는 야생 코끼리의 숨소리를 녹음한 것처럼. 나는 눈을 감고 벵골 보리수를 상상한다. 그러자 슬픔이 조금 가시는 것 같다. 30p  
   

어둡고 기괴하며, 블랙초콜릿처럼 달콤쌉싸름한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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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07-07-22 22:13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이 책 읽기, 참 치명적이었죠.^^
홈 스위트 홈, 저도 제일 인상적이었어요. 말할 수 없이 슬프고 그러면서도
웃음이 살폿 나오는.. 희망적인 이야기가요..

산도 2007-08-12 23:41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사실, 신선했던 앞의 작품들보다 갈수록 뒷심이 부족한 것 같더라는... 그러나 다음 작품은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