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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사가 사랑한 수식
오가와 요코 지음, 김난주 옮김 / 이레 / 2004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단기기억상실증에 걸린 수학박사와 그의 파출부, 그리고 파출부의 아이. 세 사람이 주인공인 소설 '박사가 사랑한 수식'을 읽었다. 이 책은 수학박사의 입장에서는 '노력과 끈기, 성취'에 대한 인물에세이 같은 느낌이었고, 파출부의 입장에서는 '내적 변화를 다룬 자기계발' 같은 느낌이었으며, 아이인 루트의 입장에서는 '성장소설' 같은 느낌의 책이었다. 세 가지 모두 잘 드러냈다고 생각하며, 그 만큼의 감동도 있었다.
그러나 세 사람의 미묘한 섞임을 통해 나는 '오가와 요코'라는 작가의 '휴머니티'에 대해 생각했다. 인간적인 것, 인류애, 인간과 인간, 인간의 감성, 배려, 인권, 인간성, 인간에 대한 예의, 그것에 대한 발현으로서의 침묵.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조용한 침묵 안에 있는 것이 아닐까, 란 생각이 들 정도로 책은 여러가지를 침묵했으며, 침묵함으로써 인물들은 서로를 더욱 신뢰하고 있었다.
끝끝내 이질적일 수밖에 없는 인간의 개별성에 대해, 그래도 희망은 있다, 라고 작가는 말하고 있는 것일까. 그래. 그래야 사람다운 거지, 라고 그 조곤조곤한 침묵 앞에 나는 주저않고 동의했다. 문제인식, 사회비판, 그도 아니면 현란한 수식과 기발한 설정에 함몰되어 가는 국내소설들을 생각하며 나는 처음으로 일본문학에, 일본문학의 그 순수한 휴머니즘에 별 다섯 개를 박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