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프로젝트 - 얼렁뚱땅 오공식의 만화 북한기행
오영진 지음 / 창비 / 200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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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비의 만화는 묵직하다.

웃어도 웃긴게 아니고, 울어도 시원한 게 아니다. 독자들에게 그런 각오쯤은 갖게 하는 것이 <십시일반>부터 <평양프로젝트>까지의 창비스타일이다. 그렇지만 '만화'라는 양식을 차용하면서 스스로의 보수적 이데올로기를 조금은 양보한 게 아닌가 싶기도 해, 창비의 만화는 한 편으로 독자와의 타협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평양프로젝트>는 참 곱씹는 맛이 있는 창비 만화의 전형이었다.

이 만화는 남과 북이 평양과 서울에 작가를 파견해, 현지의 생활상을 취재하게 하는 재미있는 설정으로부터 출발한다. 서울출신 작가 오공식이 평양에서 보내는 일 년여 남짓한 시간을 73개의 콩트로 구성해 북한에 대한 사전지식이 없이도, 어느 부분부터 펼쳐놓아도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 그렇지만 전체가 서사-헐겁지만-를 갖고 있어서 왠만하면 앞부분부터 순서대로 읽는 것을 권한다.

권말의 도종환 시인의 추천사도 참 맑았고, 그 외의 여러 장점들이 있겠지만, 그래도 <평양프로젝트>의 가장 큰 덕목은 '정보'다. 단순한 정보에서 그치지 않고, 알고 난 것을 되새기게 해주기도 해서 맛깔스러운 여운도 남는다. 북한에 무지했던 나로서는 관련된 지식 전달에 이보다 좋은 책을 찾기는 쉽지 않았을 것이다. 북한을 떠올리라고 했을 때 아직도 '뿔 달린 늑대'를 생각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현재의 북한은 우리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우리와 비슷하다. 그리고 또한 우리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우리와 다르다.

2006년 12월에 출간된 <평양프로젝트>를 북한을 왜곡하여 알고 있을 2007년의 서울에게 바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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