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달려간다

느린 희망 ㅣ 유재현 온더로드 6
유재현 지음 / 그린비 / 2006년 7월

책을 읽으면서 책등을 받치고 있는 왼손 엄지에 자꾸 무언가가 걸렸다. 표지를 보았더니, 만져졌던 것은 '느린 희망'이라는 제목에 덮여있는 박-두꺼운 페인트를 칠한 듯 도드라지게 튀어나와 보이게 하는 디자인을 일컫는 출판용어-이었다.

'지속가능한 사회를 향해 인간의 걸음으로 천천히'

이것보다 이 책을 더 잘 표현할 수 있는 구문을 나는 끝끝내 찾지 못했다.

여백이 풍성한데도 책은 쉽게 넘어가지 않았고, 나는 읽는 내내 '느린 희망'을 왼손 검지로 어루만지고 있었다. 어쩌면 그것은 머리가 아닌 몸에 이 책을 새겨놓고 싶은 욕망이 아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