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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시 - 눈을 감으면 다른 세상이 열린다
쓰네카와 고타로 지음, 이규원 옮김 / 노블마인 / 2006년 9월
평점 :
책에는 '야시'와 '바람의 도시' 두 편이 수록되어 있다. 데뷔작 '야시'를 먼저 봤다. 그것이 대표작이라는 생각이었기도 했고 무엇보다 첫 장이 나를 끌었다.
"오늘밤 야시가 선다... ...야시는 바닷가 곶에 있는 숲 속에 설 거야. 야시에는 훌륭한 물건이 많이 나올 거야. 북풍과 남풍을 타고 많은 상인이 찾아오거든. 서풍과 동풍이 기적을 싣고 올 거야. 학교박쥐는 마을을 빙글빙글 돌면서, 마을에 마땅히 고해야 할 것을 고했다. 오늘밤 야시가 선다."
그러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까지 이 장보다 더 흥미로운 부분은 없었다. '히라노 게이치로' 외엔 일본문학을 그닥 즐겨읽지 않는 내게 이 이야기는 일본의 순문학에 대한 갈급만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국내에 소개되는 일본문학이란 어쩌면 이다지도 수준이 낮은가에 대해 뇌까리면서, 또한 국내독자들의 독서 편중을 비하하면서 별 기대없이 읽은 '바람의 도시'로 이 작가, 물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작품의 완성도를 차치하고 보자면 '야시'와 '바람의 도시'에는 '낯섬'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판타지라는 장르가 가져야 할 가장 큰 미덕이 이것 아닐까. 세계 밖의 세계, 이 세계의 법칙과는 전혀 다른 법칙이 지배하는 세계. 그렇기에 그 '낯섬'이 가져다주는 환기가 좋았다. 그런데 읽고 난 후 다시 생각해보니 그것은 그냥 낯설음이 아니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익숙한 낯섬'이라고 할까.
1. 현실세계에선 보이지 않지만, 고타로의 세계에선 현실이 보인다.
2. 그 세계는 현실의 인간과 소통할 수 있다.
3. 주인공 이외에도 가끔 익명의 누군가가 들어갈 수 있다.
4. 이 곳과 저 곳을 연결해주는 고리가 있다.
5. 누구나 한 번쯤 생각해봤을 법한, 그러나 구체화시키지 못한 세계다.
그랬다. 이 세계는 나에게도, 또 당신에게도 있는 세계였다. 언젠가 꿈꾸었었지만 단편적으로만 존재했던 우리 마음 속의 세계. 그것을 구체화시킨 것이 이 두 편이다. 그래서 익숙하다. 또 익숙하기에 더 무섭다. 저 작가, 어쩌면 내 꿈속에 들어왔을지 몰라, 하는 허무맹랑한 상상이 들 정도로 '야시'는 당신과 닮았다. 당신의 판타지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