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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 - 임동확 시인의 시 읽기, 희망 읽기
임동확 지음 / 연암서가 / 2013년 3월
평점 :
<매장시편>(1987),<살아있는 날들의 비망록>(1990),<운주사 가는 길>(1992),<나는 오래 전에도 여기 있었다 >(2005) 등, 이 네 권의 책들을 통해 임동확 시인의 내면을 접했었다. 그는 점차 시화집, 산문집, 시론집 등으로 영역을 넓혀가다가 마침내 이번에는 <생명철학론>이라 이름 되어 지는 책, <우린 모두 시인으로 태어났다>를 발표했다.
사실, 그의 책을 읽은 지도 벌써 20년이 넘었기에 짐짓 나름대로는 그 시인을 안다는 마음이 있었고, 왠지 반가운 마음도 들어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된 책이기도 하다.
이 책은 30명의 시인과 그 시인들의 작품을 가지고, 우리가 살면서 경험하고, 사유하고, 망각하고, 흘려보내며, 사랑하고, 미워하고, 그리워하는 것들과, 가장 근원적이고 본질적인 고뇌와, 그 답들을 시인 특유의 깊고 광활한 철학적 사유를 통해 풀어 놓은 한 권의 철학서 같은 책이다. 한 편의 시를 놓고 과거와 현재, 세계를 누비며 펼쳐지는 저자의 붓놀림과 그 시선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한 예를 들자면, 흔히 ‘순결한 민족혼을 가진 영혼의 소유자이며 저항의 시인’으로 알려져 있는 윤동주의 시, <별 헤는 밤>에서도 ‘다양한 국가와 민족의 문화적 영향이 스며 있’는 것을 읽어낸다. 방황의 시절, 노트에 베껴 쓰고, 편지에도 수 없이 써 보내곤 했던 시, 별 헤는 밤, 그저 감상적으로 읽으며, 식민지 상태에서 억압된 자신의 감정을 아름답게 표현했다는 정도로만 생각했던 시에서 임동확은 윤동주가 동족뿐만 아니라 어느 새 일본과 중국, 그리고 더 나아가 각국의 영향을 받아(프랑시스 잠, 라이너마리아릴케 등) 그 정체성이 형성되었다고 간파했다. 교과서를 통해 배웠던 경직된 해석에 고정되어 있던 나에게 그의 해석은 솔직히 충격적이었다. 시 한 편을 가지고서 그 시인의 정체성과 자아발전, 나아가 그것들을 통합하는데 까지 시선을 넓혀주다니, 과연 놀랍고 대단하다.
시는 무조건 어렵다고 생각하며 멀리하는 사람들이 이 책을 맘 잡고 읽게 된다면, 한 편의 시가 어떻게 확장되어 삶의 희망이 되고, 구원이 되는지를 확실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