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꿈이로다 화연일세 세트 - 전3권
곽의진 지음 / 북치는마을 / 2012년 8월
평점 :
<섬, 세월이 가면>이라는 책을 통해 처음 알게 된 작가 곽의진의 소설이 <꿈이로다 , 화연일세>라는 제목으로 묶여 나온 것을 알고 무조건 읽고 싶었다. <섬,세월이 가면>이라는 책은 작가 곽의진이 고향 진도에 내려가 글을 쓰고, 거의 한 세기를 다 살아내신 아버지(학바우씨 라고 부른다)와 함께 살아가며 써 내려간 바다 같은 에세이다. 그 책 속에서 작가가 신문에 연재할 글을 쓰기 위해 집을 비워야 할 때면 아버지를 혼자 두어야 함에 힘들어 하면서도 안타까워하던 모습들이 자주 나왔는데, 그때 바로 이 소설 <꿈이로다, 화연일세>를 쓰기 위해서였구나 생각하니 괜히 혼자 더 반갑다.
이 소설은 ‘조선 남종화의 마지막 불꽃’이자 추사 김정희의 제자로 서화계를 꿈같은 인연으로 휘돌다 간 소치 허련이 주인공으로 나온다. 추사 김정희와 다산 정약용, 그리고 일지암의 초의선사 이 세 사람을 축으로 하여 서화에 뜻을 두었던 허련이 함께 엮이며 만들어가는 인연들이 소설 1,2,3권 전편을 통해 제목처럼 수묵화모양으로 흐르고 있다.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솔직히 허련이라는 사람에 대해 전혀 알지 못하였다. 이 책을 처음 접할 때만 해도 사실 허련은, 작가가 지어낸 허구의 인물일 것으로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네^^하긴, 가만히 기억을 더듬어 봐도 어디선가 들은듯 한 이름이기도 하다. 내가 중학생이었던 시절, 내 눈에 가장 멋있게 보였던 선생님은 국사 선생님이셨다. 그 선생님은 수묵화를 그리기도 하셨는데, 나중에는 본업인 선생보다는 한국화가로서의 길을 택해 가신 분이기도 하다. 그 분 때문에 일찌감치 나도 서예에 뜻을 두고 배우기도 하였다. 운재라는 호도 그때 받았던 이름으로 나의 본명처럼 친근하고 좋다. 하여간에 그 시절 그 선생님께서는 서화에 대한 많은 이야기들을 들려주셨는데, 허련이라는 이름도 그때 들었던 기억이 스물스물 나는 것이다. 너무 짜릿하지 아니한가?
그런 허련에 대한 이야기가 <은분>이라는 여인과의 고통스런 사랑과 알맞게 잘 버무려져 있어 소설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리고 전라도 사투리에 담긴 남도의 향기 자체도 이 소설에 빠지게 하는 매력 중에 하나이다. 또한 작가의 해박한 지식이 책의 곳곳에 흠뻑 스며들어 있음도 이 책을 읽는 재미를 솔솔 더해준다. 특히 차(茶)에 대한 방대한 작가의 이야기는 이 책이 허련의 이야기이기보다는 오히려 차를 다루는 이야기가 아닌가 싶을 만큼 섬세하고 애정이 묻어남을 느낄 수 있다. 소설은, 누가 뭐라 해도 직접 읽어보고 얘기할 일이다.
돌아보면 꿈처럼 흘러간 인생이여, 나 역시 지금 여기 서서 꿈같은 인연들을 떠올리며, 일장춘몽에 대해 생각해보노라.